"공교육 더이상 못믿어요"…대안 초등교 첫추진 파장

  • 입력 2001년 2월 23일 18시 20분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들을 둔 주부 이화전(李花田·38·경기 시흥시 은행동)씨는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기로 마음먹고 얼마 전 학교에 ‘입학(의무 취학)유예’를 요구하는 서류를 냈다.

이씨는 아들과 같은 또래의 자녀를 둔 학부모들과 직접 만든 소규모 ‘대안학교’에 아들을 보낼 계획이다. ‘아이를 아이답게’ 키우기 위해 현 교육체제에서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감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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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거부' 갈수록 확산

‘학교 붕괴’ ‘교실 해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학교 수업이 효율적이지 못하고 학생의 인권이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안초등학교인 ‘산 어린이학교’(경기 시흥시 대야동)를 설립해 3월 10일 개교할 계획이어서 논란을 빚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인가를 받은 고교 과정 대안학교는 98년부터 운영되고 있지만 국가가 의무교육으로 정한 초등학교 과정에 대안학교가 생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취학 아동을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하고 학교설립 인가를 받지 않고 학교 형태로 운영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 학교는 교육 당국과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

교육부측은 “학교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지도하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해산을 명령하거나 사법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학교 학부모이자 초대 교장인 황윤옥(黃允玉·38)씨는 “아이들을 작은 교실에 가둬놓고 교과서 위주로 추상적인 지식을 주입하는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다”며 “교육 당국이 법적인 제재를 가하면 법 개정 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학년당 정원 10명 이내에서 기존 초등학생들도 입학을 원하면 받아들일 계획이어서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태가 현행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서강대 교양학부 정유성(鄭有盛) 교수는 “학교 거부 현상은 다양성과 인권을 무시하는 현행 교육제도에 대한 저항행위”라며 “제도교육의 철저한 반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의무 교육’을 ‘의무 취학’으로 규정해 의무 교육기간에는 반드시 인가받은 학교에서 교육받도록 강요하는 현행 법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산 어린이학교’는 현재 입학 예정인 1학년생이 6명이고 교사는 정교사 1명과 객원교사 2명 등 모두 3명이다. 교과목은 국어 수학 풍물 연극 자연체험 텃밭가꾸기 등 6과목이며 수업의 70%는 산과 들, 박물관, 도서관 등 교실 밖에서 진행된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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