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회의 의장님들 혈세 멋대로…시도서 예산5억 각출 펑펑

  • 입력 2001년 2월 5일 18시 35분


최근 광역자치단체의 시도의회 의장들이 의장협의회를 발족시키며 자치단체로부터 거액의 부담금을 갹출한 뒤 예산을 제멋대로 편성해 집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시의회 이용부(李容富) 의장 등 광역시도의회 의장 16명은 최근 ‘자치발전과 의회운영에서 상호간 교류 협력을 증진한다’는 취지로 5억여원의 예산을 광역시도의회 예산에서 부담하는 형태로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를 발족시켰다.

개정된 지방자치법 154조의 ‘자치단체의 장 등은 협의회를 둘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해 시도의회와 중앙정부 및 국회를 연결시키는 정보교류의 채널로서 협의회를 활용하겠다는 취지로 행자부의 예산편성지침을 받아 상설기구화한 것.

그러나 취재팀이 단독 입수한 협의회의 올해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의원들의 회기수당을 올리거나 의장단의 해외시찰 추진 등 대부분이 불요불급한 사업내용으로 사회 각계에서 허리띠 졸라매는 추세에 역행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계획서에 따르면 협의회는 5억2700여만원의 올해 예산액 가운데 협의회 홈페이지 구축에 3000여만원, 선진도시 의장협의회 시찰에 9000여만원, 회원용 수첩제작 1380만원, 의장협회보 발행 7200만원, 판공비 등 업무추진비 8500여만원을 배정했다. 협의회측은 사업추진을 위해 서울시의회로부터 4명의 직원을 차출, 시의회에 임시사무실을 운영중이며 별도의 사무실도 마련하고 있다.

사업내용이 대부분 전시성 행사인데다 이미 각 지방의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업과 중복되는 것도 많으며 특히 해외시찰은 지방의회에서 임기 내에 한차례씩 실시하고 있다. 이들은 시찰 대상국에 지방자치제를 실시하지 않는 싱가포르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최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임시회에 내놓은 회의안건 역시 민생현안에 관한 내용보다는 의원 회기수당 지급개선, 지방의회의원 보좌관제 도입, 의원 여비지급 개선 등 이해관계에 걸린 현안이 대부분이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협의회가 지방의원의 이해를 중앙정부에 전달하는 정치적인 압력단체로 운영될 소지가 많다”며 “앞장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지방의원들이 혈세 아까운 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장협의회 관계자는 “의장협의회는 법적인 설립근거가 있는 기구로 일본 등에서도 운용 중인 제도”라며 “단지 초기라서 의장단이 사업내용을 심도 있게 심의하지 못하는 등 운영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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