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권 60억 교환" 또 사기… 중기청 전문위원등 7명 구속

  • 입력 2001년 1월 25일 18시 37분


25일 검찰에 구속기소된 구권화폐교환 사기단과 지금까지 발행해온 1만원권 화폐
25일 검찰에 구속기소된 구권화폐교환 사기단과 지금까지 발행해온 1만원권 화폐
1만원짜리 구권(舊券)화폐 교환 사기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지검 강력부(이준보·李俊甫 부장검사)는 25일 사기단 7명을 사기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과거 정권이 정치자금으로 조성한 수십조원의 구권이 있다는 소문은 허구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구권은 위조방지를 위한 은색 실선이 지폐 전면에 인쇄되기 시작한 94년 이전에 나온 것을 가리킨다.

▽구권 소문과 사기 수법〓명동 사채시장을 중심으로 퍼져있던 구권 관련 소문은 주로 군사정권 혹은 문민정부 실세가 정치자금으로 모은 막대한 자금을 금융실명제를 앞두고 당시의 구권 현금으로 바꾸어 두었으나 실명전환을 못해 그대로 보관해 왔다는 내용에서 시작된다.

또 당시의 실력자가 조폐공사에서 찍은 수십조원의 구권을 한국은행이 인수하기 전에 빼돌려 정치자금으로 비축했다는 소문도 있다.

이번에 적발된 사기단은 구권의 출처로 전직 대통령에서부터 그 자녀, 당시 실세들까지 다양하게 거론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 돈은 비정상적으로 조성한 자금이라 실체가 드러날 경우 몰수나 세금추징을 당하게 돼 있어 손해를 보더라도 싼값에 신권과 교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사기범들이 피해자들에게 펴온 주장.

▽수사결과〓이번에 구속기소된 사람 중에는 중소기업청 경영기술자원단 전문위원 이병태씨(62)와 전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 이영호씨(59), 전 한국웅변협회 부회장 김성수씨(53) 등 지명도가 꽤 높은 인사들도 끼어있다. 김씨는 16대 총선 때 서울에서 모 정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한 경력도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모 정당 중앙위원 K씨(43)를 상대로 “구권 60억원을 신권 42억원과 맞바꿀테니 42억원을 은행에 예치하고 자기앞수표를 끊어 그 사본을 확인용으로 달라”고 해 수표 사본 32장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K씨에게 수표 사본을 돌려주지 않은 채 수표 원본과 구권을 맞교환하자고 제의, 이를 수상히 여긴 K씨의 신고로 검찰에 붙잡혔다.

검찰 관계자는 “한국은행 등 금융기관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지금까지 거액의 구권이 신권과 교환된 적이 한번도 없었고 구권 자체도 실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검찰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아직도 신권으로 교환되지 않아 유통중인 1만원권 구권은 83년 이전에 현재의 1만원권보다 큰 크기로 발행된 것과 83∼94년에 은색 선 없이 발행된 것 등 두 종류. 83년 이전에 발행된 구권은 주화, 1000원권 등을 포함해 모두 200억원 정도밖에 안되고 그 대부분이 손실 또는 멸실됐거나 화폐수집상 등이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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