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빠진 교육간담회…이돈희교육장관 2시간 늦게 참석

  • 입력 2001년 1월 16일 18시 35분


“장관께서 일선 교사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라고 해서 전국 교사를 대표해 초등 교사들이 모처럼 모였는데 두시간 가까이 늦다니 말이 됩니까. 정말 상심했습니다.”

16일 이돈희(李敦熙)교육부장관과 초등교사들과의 간담회를 기다리던 16명의 교사들은 이장관이 당정협의 등으로 두시간 가까이 늦어지자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고 회의는 김이 빠지는 모습이었다.

주무 국장 등이 교사들의 애로사항 등을 물어보며 회의를 이어가자 전남 안좌초등학교 박현순교사가 참지 못하고 마이크를 잡았다.

박교사는 “벽지 도서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토요일에나 육지로 나와 김치를 가져가 1주일을 생활하는 여건 속에서도 어린이를 하늘처럼 섬기며 가르치고 있다”며 “장관이 교사를 하늘처럼 섬긴다면 이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교육은 경쟁논리로 보아서는 안되고 ‘개혁’이 아닌 잘못된 것을 고쳐나가는 ‘개선’이 돼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모두 서로를 섬기는 교육을 한다면 교사들도 박수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4시 가까이 나타난 이장관은 “당정협의와 주무장관 회의 도중에 빠져나왔는데도 시간을 못지켜 죄송하다”며 사과한 뒤 7차 교육과정 등에 대한 교사들의 견해를 물었다.

경북 포철초등 김향미교사는 “교육부의 지도서 등은 용어개념 조차 제대로 안돼 있어 혼란스럽고 심화보충 학습을 할 여건이 안돼 공부를 잘하는 아이를 더 잘 가르쳐주지 못하는 것도 ‘수업결손’”이라며 “고학력 학부모 등을 보조교사로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 양지초등 이희자교사는 “교육자료가 부족해 교육청 등에 문의하면 ‘교사가 알아서 하라. 교사의 전문성이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핀잔을 듣기 일쑤”라며 일선 교육청의 지원부족 등을 지적했다.

그러나 교사들의 발언중 ‘프로젝터가 필요하다’ ‘특수교실이 필요하다’는 등 사실상 실무적인 수준의 이야기들이 많아 장관과의 대화가 교육정책의 본질적인 문제보다는 지엽적인 것에 초점이 맞춰져 마치 ‘교무회의를 하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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