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는 의약분업…주사제 전면 제외 '병원내 약국'유예

  • 입력 2001년 1월 11일 18시 40분


5월경부터 모든 주사제가 의약분업에서 제외돼 환자는 주사를 병원이나 의원에서 직접 맞을 수 있게 됐다. 의사와 약사간 담합을 막기 위해 7월부터 적용할 예정이던 병원건물내 약국설치 제한조치는 연말까지 유예됐다.

국회보건복지위원회는 11일 ‘약사법개정안 기초소위’를 열어 약사법 개정안을 심의하면서 이런 내용의 수정안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약품과 주사제 오남용 방지라는 의약분업 본래의 취지와 병원과 약국의 담합방지 의지가 크게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사제〓모든 주사제는 약사법이 개정될 경우 공포 3개월 뒤부터 분업에서 제외된다. 국회 본회의 일정이 유동적이므로 이 안은 2월 국회통과를 전제로 5월부터 적용될 전망.

현행법으로도 빛을 쬐면 변질되거나 냉동 냉장이 필요한 주사(전체의 85%)는 병의원에서 직접 맞는 게 가능하지만 나머지 15%의 주사제는 항생제 처방빈도가 매우 높은 성분이라 주사제를 완전히 분업에서 제외하면 남용을 막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주사제 처방률이 50%가 넘는 등 세계적으로 주사제 남용이 심한 나라다.

소위는 이런 점을 감안해 주사제에 적용하는 처방료와 조제료를 없애는 등 보험수가를 조정하고 진료비 청구심사를 강화토록 했다. 정부는 주사제 분업 제외에 따른 구체적인 내용을 3월까지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담합약국〓병원시설 일부를 고친 약국의 개설을 금지하되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두는 조항은 약사들의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에 따라 연말까지 유예했다.

당초 의―약―정(醫―藥―政) 합의안은 ‘의료기관의 시설 또는 부지의 일부를 분할 변경 또는 개수해 약국을 개설하거나 의료기관과 약국간에 전용 복도 계단 승강기 또는 구름다리 등 통로가 설치돼 있을 경우 2001년 7월부터는 약국을 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병원건물내 약국설치 제한조항은 의―약―정 회의 당시 의―약(醫―藥)담합을 막고 동네약국을 살려야 한다며 대한약사회가 강력히 주장했던 내용이다.

소위는 이와 함께 의료봉사단체의 건의를 받아들여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경우 의사나 약사가 직접 약을 조제하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노인과 3세 미만 어린이는 의―약―정 합의안대로 의약분업을 적용키로 했다.

▽시민단체 반발〓의약분업정착을 위한 시민운동본부 이강원(李康源) 사무국장은 “주사제 예외조치는 의약분업의 본래 취지를 훼손한 것일뿐더러 의―약―정 합의사항도 아닌 것을 국회가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며 “모든 책임은 국회에서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시민단체는 개정약사법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잘못된 점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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