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투신운용 황영기(黃永基) 대표는 “자금이 안전한 곳으로 몰리는 질(質)로의 도피(flight to quality)를 넘어 신용공황(credit panic)상태”라며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기업이 정리돼야 신용이 회복되고 자금난도 풀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금융기관이 육성돼야〓전경련 김석중(金奭中) 상무는 “기업자금난의 근본적인 원인은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기관이 없기 때문”이라며 “기업금융을 할 수 있는 기관이 많이 나오도록 정부가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리스 종합금융 투신 등의 기능이 마비됐으며 은행도 기업금융보다는 가계금융에 치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상무는 “회사채나 CP 인수, 신용보강, 리스 등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며 “사채자금을 양성화하거나 외국인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크본드시장 활성화〓최근 기업자금난의 핵심은 부실기업과 우량기업 사이에 금리차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 필요자금을 조달하려면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한다. 한화증권 진영욱(陳永旭) 사장은 “연 20%대에라도 자금을 조달해 1년가량 버티면 살아날 수 있는 기업은 고금리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자금경색이 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이태규(李泰奎) 조사연구국장도 “현재 기업의 위험도에 비해 금리가 낮기 때문에 회사채나 대출시장이 기능하지 않고 있다”며 “위험이 높은 기업은 고금리를 부담해야 은행 등 금융기관이 자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BIS비율의 신축적 적용〓BIS 크뢰커 총재는 ‘경기순환적 감독정책’을 제기하고 있다. 경기가 안 좋을 때는 BIS비율을 낮게 운용하고 경기가 좋을 때는 높게 유지하도록 감독당국이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BIS비율 8%를 절대시(Magic Num―ber)하고 있다. 8% 밑으로 떨어지면 부실금융기관으로 낙인찍히기 때문에 대출금을 회수해서라도 BIS비율을 8% 이상으로 유지하려고 한다.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은 “은행이 반드시 BIS비율 8%를 넘어야 한다는 기준을 재검토할 때가 됐다”고 밝히고 있다.
메릴린치증권 남종원(南宗沅) 한국대표도 “BIS비율 8%를 지키지 못하면 부실금융기관으로 평가하는 식으로 BIS비율을 절대시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은행경영평가위원장을 맡았던 서강대 김병주(金秉柱·경제학)교수도 “BIS비율만으로는 은행의 생존가능성(Sustainability)을 측정할 수 없다”며 “부실채권비율 수정ROA(총자산이익률) 비용구조(Cost Ratio) 1인당영업이익 등을 보조지표로 활용해 은행 건전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