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게이트로 본 실상]코스닥은 작전세력의 '봉'

  • 입력 2000년 10월 29일 18시 56분


‘정현준게이트’로 코스닥시장 관리의 허술함이 또 드러났다.

현재 코스닥의 가장 큰 문제는 주가 조작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것. 우선 과정부터가 너무 번거롭다. 증권업협회가 ‘작전’의 징후를 발견하면 금융감독원에 이첩하고 금감원이 조사를 벌인 뒤 검찰에 고발하거나 통보하는 복잡한 단계를 거치게 돼있다. 이러다 보니 작전세력에 대한 조치는 작전이 끝난 뒤 6개월이나, 길게는 1년이 넘어서야 검찰로 통보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올 9월말 현재까지 금감원에 이첩된 건수는 70여건이지만 이 가운데 검찰 수사로 주가조작 혐의가 밝혀진 사건은 불과 2건에 불과하다.

관련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시세조종 행위로 적발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테라와 세종하이테크의 주가조작 관련 피고인들이 대부분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것처럼 실제 내려지는 형량은 그다지 무겁지 않은 게 현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처럼 처벌이 가벼우니까 성공하면 평생 먹을 돈을 챙기고 걸리더라도 몇 년 감옥살이하거나 벌금을 내면 그만이라는 의식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검찰 국세청 금감원 증권업협회 등 유관 기관들이 합동조사반을 편성, 주가조작을 신속히 적발하고 엄중히 처벌하는 체계를 갖추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코스닥의 또 하나 큰 문제점은 각종 허위 정보가 시장 주변을 떠돌고 있지만 사실 여부를 가리는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 ‘피인수설’ ‘외자유치설’ 등 온갖 ‘설’들이 난무하지만 감시기관인 코스닥시장에서는 조회공시를 요구하는 것 외에는 달리 대책이 없다.

해당 업체에서 ‘사실무근’이라고 조회공시를 해버리면 그냥 없던 일로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한 게 현실. 실제로 7월 이후 현재까지 코스닥에서 인수합병건과 관련해 19건의 ‘설’에 대한 조회공시가 ‘사실 무근’ 또는 ‘검토한 바 없음’으로 간단히 마무리지어졌다.코스닥위원회도 이같은 문제점을 시인하고 있다. 그래서 시중 루머에 해당 기업이 부인 공시를 했는데도 일정 기간 이후 루머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기업에 대해 매매정지 기간 연장, 불성실공시 법인 지정 등 제재 강도를 높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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