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인천국제공항]개항뒤 이자 갚기도 바쁘다

  • 입력 2000년 10월 15일 19시 26분


과도한 빚 때문에 개항 후 적자 운영이 불가피한 인천국제공항을 위해 정부가 ‘메가톤 급’ 카드를 꺼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건설 및 운영 주체인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대한 출자를 조건으로 공항 운영권을 외국 기업에 넘기기로 한 것.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천문학적인 채무 부담으로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서울지하철공사의 ‘재판(再版)’이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수조원을 들여 건설한 인천국제공항이 당초 목표인 동북아 중추공항(허브)이 되기는커녕 빚더미에 눌려 ‘골칫덩어리’로 전락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고육책인 셈.

▽재무구조 실태〓인천국제공항이 9월말 현재 안고 있는 부채는 모두 3조952억원. 공공기금에서 빌린 자금이 1조4590억원으로 가장 많고 은행 차입금 7960억원, 국내 채권 발행액 7627억원, 해외 차입금(일본 사무라이펀드) 775억원 순이다. 여기에다 마무리 공사비와 각종 운영 자금용으로 추가로 차입할 자금이 1조원 이상이기 때문에 개항시 총 부채는 4조3936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계 투자은행 CSFB 재무분석 자료)

그러나 개항 첫해 공항 운영에서 거둘 수 있는 수입(임대료, 공항 이용료 등)은 5351억원에 불과하다. 차입금 이자 4101억원, 인건비 수선유지비 등 운영비 1942억원, 감가상각비 각종 세금 등 기타 비용 2298억원, 환차손 비용 123억원을 빼고 나면 2867억원의 단기 순손실이 발생한다. 이런 순손실은 2007년까지 계속되며 2008년이 되어서야 790억원의 단기 순이익을 낸다고 CSFB는 분석하고 있다. 또 개항시 4조3936억원에 이르는 부채 상환을 위해 2019년까지 연 평균 2961억원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악의 경우 누적되는 적자로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한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왜 나빠졌나〓 국고보조금 비율이 낮은 것이 가장 큰 이유. 인천국제공항은 총 공사비(7조9984억원) 가운데 국고 보조금 비율이 40%(3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홍콩 첵랍콕(77%), 중국 푸동(67%), 말레이시아 세팡(93%) 등 외국의 경쟁 공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

착공 당시 재정 형편이 어려웠던 정부가 예산 절감을 위해 전체 공사비의 60%를 공항공사측이 자체 조달토록 했기 때문이다. 자기 투자 자본이 거의 없던 공사로서는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막대한 이자 부담을 떠 안게 된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외환위기가 닥쳐 금리가 폭등했던 것도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부실화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해결책〓정부는 현재 운영권 양도를 통한 외자 유치 외에는 다른 방안이 없다고 보고 있다.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천국제공항 운영의 정상화에 필요한 막대한 돈을 달리 끌어올 데가 없기 때문. 특히 수조원을 들여 건설한 인천국제공항이 부실 운영으로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것보다는 운영권을 주더라도 공항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공항 운영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외국 기업이 공항공사에 대한 정부의 추가 출자를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정부의 추가 출자금 비율을 두고 양측 간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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