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고위원 워크숍]12人 "뭘 먼저 푸나?"

  • 입력 2000년 9월 18일 19시 33분


《18일 오후 2시 정국현안 타개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 속속 집결한 민주당 최고위원들은 회의장에 들어서자마자 양복을 벗어던진 채 와이셔츠 바람으로 난상토론에 돌입했다. 정대철(鄭大哲)최고위원은 ‘의약분업 현황과 쟁점’ 등 무려 10여가지 보고서를 개인적으로 준비했다.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 등 다른 최고위원들이 준비한 자료봉투도 두툼했다. 모두들 할말이 많은 듯 했다.》

18일 워크숍에 참석한 민주당 최고위원들은 자민련이 의약분업 연기와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제 실시를 주장하고 나섰다는 소식을 듣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나라당에 이어 ‘우당(友黨)’으로 여겼던 자민련마저 특검제 수용을 촉구하고 나섬으로써 ‘국정조사 수용’ 카드로 활로를 찾으려던 여권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자민련이 특검제 실시에 찬성함에 따라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합의할 경우 특별검사제법안은 민주당 의사와 관계없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것.

절박감을 느낀 민주당 최고위원들은 이날 제의키로 결론을 내린 ‘여야 중진회담’의 범위를 ‘민주―한나라당’간에서 ‘민주―자민련’까지도 포함하는 것으로 즉석에서 수정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또 자민련 설득을 위해 자민련 지도부와의 물밑접촉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사실 최고위원들간에는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하고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도 출석토록 한다는 데 대해 이미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물론 논의과정에서 이론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은 “아무런 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박장관을 사퇴시킬 수는 없다”며 “특검제는 절대 받을 수가 없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김중권(金重權)최고위원은 ‘특검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철저하고도 공명한 수사를 해서 관련자가 있으면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논지를 폈다. 김최고위원은 얼마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특별히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특검제를 수용하자는 것은 아니다”고 한발 뺀 적이 있다.

토론 결과 일단 모든 현안을 여야 중진회담을 통해 논의해 보자는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의 제안이 받아들여졌다. 당직자들이 작성한 보고서도 “특검제는 이미 실시해 봐야 아무런 효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특검제 실시에 반대하는 의견이었다.

민주당은 박최고위원과 또 다른 한 사람의 최고위원, 정균환(鄭均桓)총무 등 3명을 정당간 중진회담의 대표로 내보낼 방침이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특검제를 요구하고 나선 만큼 협상결과는 불투명하다. 앞으로 민주당이 내놓을 카드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는 특검제만은 어떻게든 피하려 했던 민주당의 구상이 벽에 부닥칠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일이 점점 더 꼬여간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