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銀수사 8일 발표]외압의혹 못풀어 논란 클듯

  • 입력 2000년 9월 7일 18시 58분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 수사가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朴惠龍·47·구속)씨와 한빛은행 전 관악지점장 신창섭(申昌燮·48·구속)씨가 주도한 ‘대출 사기극’으로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7일 은행 내외부 인사의 외압이나 청탁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수사 결과를 8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지난달 24일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대출 동기와 대출금의 사용처, 외압 또는 청탁 여부 등 의혹들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어 검찰이 진상 규명에 소극적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더구나 이 사건의 와중에서 불거진 신용보증기금 대출보증 압력 사건은 등장 인물이 서로 겹치는 등 이 사건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데도 검찰이 애써 외면하고 있어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각종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소되지 않은 의혹▼

▽대출 동기〓남은 의혹 중 가장 큰 의문점은 신씨의 불법 대출 동기가 명확히 설명되지 않았다는 점.

검찰 관계자는 7일 신씨의 대출 동기에 대해 “신씨가 장관 조카로 믿은 박씨를 배경으로 삼을 생각을 했다. 또 아크월드가 곧 경영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해 대출금 회수가 가능하다고 믿고 불법대출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씨가 박씨에게 대출한 금액과 대출 방법을 감안할 때 의혹이 꼬리를 문다.

올해 2월 불법대출 행각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박씨의 대출 빚은 총 198억원. 이때부터 다시 6개월간 불법적인 방법으로 205억원이 박씨 명의로 빠져나갔다. 신씨는 이중 상당 부분을 200개 가차명 계좌에 나눠 자신이 직접 관리했다.

검찰 수사를 도운 모 은행 관계자는 6일 “이렇게 막무가내식으로 불법 대출을 감행한 것으로 볼 때 제정신이 아니었거나 다른 사정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든든한 배후가 보장한 ‘안전장치’가 없으면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는 지적이다.

▽대출금 사용처〓검찰은 “박씨가 불법대출받은 205억원중 70억원 가량을 수도꼭지 제조업체 등에 투자했다가 원금을 회수하지 못해 올해 계속 대출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수도꼭지 제조업체의 직원이었던 엄모씨는 “그 회사는 이미 98년 10월 부도가 났다”며 “박씨가 지난해 그 회사에 투자했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외압을 행사해준 대가로 대출액중 일부가 쓰였을 수 있다는 의혹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 있다.

▽외압 또는 청탁설〓최근 검찰 수사를 보면 외압 의혹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은 이 은행 이수길(李洙吉·55)부행장. 검찰 관계자는 이부행장의 연루 부문에 의혹이 없지는 않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검찰이 이부행장의 연루설에 대해 진상을 규명해야 그 배후 존재에 대한 더 큰 의혹이 가라앉을 전망이다.

▼법조계 반응▼

경실련 사무총장인 이석연(李石淵)변호사는 “갖가지 의혹이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는 한 많은 국민이 의아해 할 것이고 정치적 의혹이 증폭될 것”이라며 “검찰이 사건을 서둘러 매듭지을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의 하승수(河昇秀)변호사도 “이번 두 사건은 ‘외압 의혹’이라는 측면에서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데도 한 사건은 서둘러 종결하고 다른 사건은 따로 떼어서 수사한다는 검찰 방침은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석호·이명건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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