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재폐업]의쟁투 간부 도피 '신창원' 방불

  • 입력 2000년 8월 11일 18시 42분


‘신창원을 방불케하는 의쟁투 간부들.’

경찰의 추적을 받으면서도 의료계의 2차 폐업을 원격조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의사협회 의권쟁취투쟁위원회 핵심간부들은 어디에 숨었을까.

의료계 1차 폐업을 주도한 혐의로 지난달 6일 수배된 의쟁투 핵심간부는 신상진(申相珍)위원장 등 모두 4명. 경찰은 이들을 붙잡기 위해 19명으로 검거전담반까지 만들었지만 아직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3일에는 신위원장이 의사들 집회에서 자신의 육성이 담긴 테이프를 통해 의료계의 재폐업을 강한 어조로 지시하기도 해 이들을 쫓는 경찰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현재 경찰이 이들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고 있는 방법은 이들이 의협 등에 걸어오는 전화의 발신지를 추적하는 것.

물론 이들이 의협 간부들과 나누는 통화내용을 감청하면 추적 검거가 더욱 손쉽겠지만 이들이 받고 있는 업무방해 혐의만으로는 법률상 감청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반면 전화발신지 추적은 이들이 연락을 취할 때마다 항상 이동중인 차량안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 치밀함을 보이고 있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 이동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발신지가 여러 곳으로 찍혀 경찰의 추적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전화 발신지를 추적한 결과 의쟁투 간부들은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이들은 전화 통화가 끝나면 곧바로 휴대전화 전원을 꺼버려 추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들은 살인이나 유괴 등 흉악범도 아니기 때문에 국민에게 적극적 신고를 당부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실제로 수배된 지 한달이 지났지만 이들에 대해 경찰에 접수된 신고는 단 한건도 없다.

또 보통의 수배자들은 은신처가 없어 결국은 노출되는데 비해 이들은 의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에 전국 각지의 의사들로부터 은신처 제공과 도피자금 지원을 받고 있는 점도 추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자수하거나 의협 내부의 결정적 제보가 없는 한 이들의 검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경찰 관계자들의 솔직한 얘기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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