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훈령이란?]예규 고시와 비슷한 효력 가져

  • 입력 2000년 7월 11일 23시 29분


노정 양측이 12일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합의할 관치금융 관련 ‘총리훈령’은 어떤 내용이며 그 구속력은 어느 정도일까.

금융감독위원회 고위관계자는 11일 오후 노정간 최종합의를 이뤄낸 직후 “노조측 관치금융 철폐주장에 대해 정부는 일관되게 정경유착형 관치는 없었다고 반박해왔다”며 “그러나 은행 종사자들의 정부개입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만큼 ‘은행 경영진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내용의 총리훈령을 채택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총리훈령’은 법 체계의 가장 하위단계에 있는 ‘명령’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개념. 헌법 법률의 아래단계인 명령에는 대통령령과 각부 장관이 공고하는 ‘부령’이 있으며 여러 부처의 공통적인 사안에 관한 명령은 ‘총리령’으로 규정하고 있다.

명령은 법률이 정한 위임 명령에 따라 행정부처 기관장이 발동하는 것인 만큼 총리령이 발동되기 위해서는 근거법에 관련 규정이 조문화돼야 한다. 예컨대 관치철폐 등을 총리령으로 명시하기 위해서는 은행법 등 관계법에 총리령의 근거규정과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조항 등을 함께 명기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노조측의 관치 주장이 금융지주회사 철폐를 위한 명분축적용 성격이 강했던 만큼 처벌조항을 두게 될 총리령에 대해선 강한 거부감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훈령’은 행정부 자체의 사무체계나 내부규율의 필요에 따라 발동하는 것으로 각종 예규고시 등과 비슷한 효력을 가진다. 근거법에 처벌조항이 없는 만큼 이 훈령을 어겼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기보다 행정부내에서 자체 징계를 받게 된다. 따라서 노정이 12일 오전 내놓을 관치 차단방안은 은행들의 자율경영, 이사회중심 경영, 외부간섭 배제 등을 총리훈령에 선언적으로 명기하고 ‘당국 자율’에 맡기는 선에 그칠 전망이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