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변호사들]변협 '징계사례집' 펴내

  • 입력 2000년 6월 25일 19시 41분


히로뽕을 투약한 변호사, 지병으로 반신불수가 된 아내를 폭행한 변호사, 검사시절 수사했던 사건을 맡은 변호사, 원고와 피고 양쪽 사건을 모두 맡아 돈을 챙긴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창국·金昌國)가 소속 변호사들의 치부(恥部)를 스스로 공개했다. 변협은 96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1월까지 소속 변호사들의 비리 조사에 착수해 징계결정을 내린 155건의 징계사례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 65건을 모아 25일 ‘변호사 징계 사례집’을 펴냈다.

사례집에 나타난 변호사들의 비리 실태는 ‘사회정의와 인권옹호를 사명으로 하는’(변호사법 제1조) 변호사들이 일부이긴 하지만 ‘법률 상인(商人)’으로 전락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9월 정직 1년의 중징계를 받은 A변호사는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자 몰래 합의금을 받아 가로챘다. 이 변호사는 96년 11월 화물차에 의해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자 한모씨로부터 화물자동차공제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소송을 진행하다 한씨 몰래 조합측과 합의, 합의금 1억2000만원을 받은 뒤 이중 1384만원은 사건을 유치한 박모씨에게 사례금으로 주고 나머지 1억616만원은 자신이 가로챘다.

지방의 B변호사는 같은 합동법률사무소의 C변호사가 맡은 사건의 상대방측 사건을 맡았다가 98년 11월 변호사법의 ‘쌍방대리 금지’ 조항에 걸려 견책를 당했다. D변호사는 자신이 검사로 재직하던중 수사했던 사건을 변호사 개업 직후 맡았다가 97년 12월 과태료 2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이밖에 E변호사는 98년 4월 뇌동맥기형증으로 반신불수가 된 부인을 폭행한 혐의로 과태료 3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또 F변호사는 97년 2월 술집 여종업원과 여관방에서 히로뽕을 투약한 사실이 적발돼 제명조치를 당했다. 브로커를 통한 사건수임과 과다한 성공보수금 수령 등으로 징계받은 사례도 각각 수십건씩 차지했다.

김회장은 “손이 안으로 굽는 식의 대처로 저급한 법률상인을 생산하느니 차라리 매운 징계로 신뢰받는 변호사상을 세워 나가겠다는 것이 변협의 원칙”이라고 징계사례집 발간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