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醫藥 영수회담' 결과 긍정적 반응

  • 입력 2000년 6월 25일 19시 41분


‘의료대란’의 타결책을 논의하기 위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회동이 24일 전격 성사됨에 따라 향후 이런 식의 ‘현안 영수회담’이 정례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는 25일 “한나라당 이총재가 의약분업 시행 연기를 강력하게 요구할까봐 걱정했으나 이총재가 정말 잘 대처해줬더라”고 긍정 평가했다.

한결 더 고무된 것은 한나라당측이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야당으로서는 중립을 취하는 게 제일 쉬운 대처였으나 ‘제1야당 총재가 이런 때 침묵하면 존재 의미가 없다’는 이총재의 소신에 따라 영수회담을 추진한 것”이라고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교롭게도 회담 후 의료계가 폐업을 철회해 ‘한나라당과 의료계가 짰다’는 등의 얘기도 나오지만 의약계를 두루 만나고 내린 중재안일 뿐”이라고 말했다.

드러난 흐름만 보면 회담 성사과정에서는 한나라당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돋보였다. 한나라당이 남궁진(南宮鎭)정무수석비서관을 통해 24일 오전 전격 회담을 제의했고 청와대가 이를 수용한 전말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문제는 어느 쪽이 주도했느냐는 득실 논의를 떠나 회담이 국민 모두에 유익한, 말 그대로 ‘상생(相生)’의 방향으로 매듭지어진 것.

특히 김대통령으로서는 이총재의 회담제의를 선뜻 수용함으로써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대우하고 협력해 나간다”는 약속을 실천하는 대국적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총재도 ‘책임있는 야당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더 큰 의미는 이번 회동이 불신과 반목으로 얼룩졌던 여야관계, 나아가 두 지도자간에 신뢰의 바탕을 마련해 주었다는 점. 신뢰가 굳어지면 이번과 같은 ‘현안 영수회담’이 정례화될 가능성도 있다.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도 25일 “김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야당과 대화를 갖고 싶었으나 안됐던 것일 뿐”이라며 이런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