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울며 겨자먹기'폐업에 속타는 병원

  • 입력 2000년 6월 22일 19시 27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울 서대문구 A종합병원 김모원장(60)은 요즘 잠이 오지 않는다. 앉아서 하루 2000만∼3000만원씩 손해를 보고 있지만 누구한테 말도 할 수 없다.

김원장은 “나도 의사라 의사협회 입장은 이해하지만 의약분업을 하나 안하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고백했다.

‘적어도 하루 174억여원.’ 전공의 등의 집단파업으로 인한 중소병원급 이상 병원들의 손실액 추정치다. 서울 강남 S병원의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의약품실거래가 제도 도입으로 약값 마진이 30%나 줄어 가뜩이나 경영난인 마당에 이번 집단폐업에 따른 손실은 정말 치명적”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의료계에 따르면 아무리 줄여 잡아도 집단폐업으로 300병상 이상 중소병원은 하루 3000만원, 500병상 이상의 대형병원 1억원, 1000병상 이상의 초대형병원은 5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는 것.

예컨대 서울 강남 A대형병원은 평소 외래환자 5500여명, 입원환자 1200여명, 건강검진 90명 등 하루 평균 1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집단폐업 이후 외래환자가 300명으로 줄어 5억원 이상의 적자에 입원환자도 750병상만 자리를 메워 2억원 정도 손해. 짭짤한 부수입을 올려주던 건강검진은 한 명도 없다.

중소병원들은 일단 며칠 기다려보겠지만 사태의 장기화로 ‘진짜 폐업’ 위기를 맞기 전에 외래환자라도 봐야 할 입장이라며 눈치를 살피고 있다. 폐업했다가 다시 신고만 하면 개업할 수 있는 의원급과 달리 병원은 허가제인데다 폐업 뒤의 복잡한 절차 때문에 재개원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도 고민이다.

<이인철·이호갑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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