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대혼란]병원 집단폐업속 "대화하겠다"

  • 입력 2000년 6월 20일 19시 00분


정부의 의약분업안에 반대하는 의료계가 20일 집단폐업에 들어간 가운데 이번에는 약계까지 의약분업 불참을 선언해 의약분업 갈등이 복잡한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날 대다수 동네의원들이 문을 닫고 종합병원의 외래진료도 중단돼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의약계 움직임 ▼

대한약사회는 긴급 이사회를 열고 정부의 주사제 의약분업 예외 범위 확대 조치는 의약분업의 기조를 흔드는 것이라고 규탄하고 강력히 대응하기로 결의했다.

특히 서울시약사회는 성명을 내고 “18일 정부 관계 장관 의약분업대책에서 발표된 주사제 분업 제외 방침은 국민적 합의를 뒤엎는 폭거로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복지부장관의 사퇴와 분업안의 원상회복이 선결되지 않을 경우 의약분업에 참여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대한의사협회 소속의 의사와 병원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은 이날 폐업신고서와 사표를 제출하고 전면 휴진에 들어갔으며 의협 집행부는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대통령의 특단조치’를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41개 의대생들은 동맹휴업에 돌입했다.

▼정부 대책 ▼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7월1일 의약분업 실시를 거듭 확인하고 보건복지부 검찰 등 각 부처가 의료계의 폐업에 적극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전국 각 시도는 이날 의원들이 제출한 폐업신고서를 반려하고 즉각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보건복지부는 국방부로부터 군의관들을 지원받아 대도시 국립병원 응급실에 배치하는 등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했다.

▼병의원 표정 ▼

폐업 사실이 미리 알려진 탓인지 종합병원 접수창구와 응급실은 생각보다는 한산했다. 그러나 전국의 각 보건소와 국공립병원 등 정부가 지정한 비상진료기관에는 환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이중 국립의료원 경찰병원 한국보훈병원 원자력병원 등 일부병원의 경우 전공의들이 투쟁에 동참해 비상진료체계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날 국공립병원 보건소 등에는 환자가 평소보다 20∼30%가량 늘어나 혼잡을 빚었고 환자들의 대기시간도 2배 이상 길어졌다. 이에 따라 곳곳에서 병원측과 환자들간에 충돌이 빚어졌다.

일부 병원에서는 의료사고 시비가 일기도 했다. 이날 의료계의 폐업투쟁에는 전국 1만9456개 의료기관중 95.8%가 참여했다고 복지부가 밝혔다.

그러나 의협은 정부와 더 이상 대화하지 않겠다는 당초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폐업은 계속하되 자체적으로 마련한 의약분업안을 놓고 정부와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실련 참여연대 등 20여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의약분업정책을 위한 시민운동본부’는 의료계의 집단폐업이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김재정(金在正)의사협회장과 신상진(申相珍)의권쟁취투쟁위원장을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정성희·서영아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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