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화학무기 폐기공장 영동에 건설…주민들 불안

  • 입력 2000년 5월 9일 19시 54분


군 당국이 지난해 10월 충북 영동군 모 군부대에 화학무기 폐기 공장을 비밀리에 건설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군 당국은 이 공장에서 화학탄을 비롯한 화학무기를 소각하는 방법으로 폐기 처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9일 “국가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확인도 부인도 않고 있다.

그러나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부는 97년 4월 ‘화학무기 금지협약(CWC)’에 가입하여 관련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밝혀 화학무기 보유 및 폐기 계획을 사실상 시인했다.

CWC는 가입국이 2006년까지 모든 화학무기와 생산 시설을 폐기토록 하고 협약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제 사찰을 받도록 정해 놓고 있다.

우리 군이 보유한 화학무기는 신경 질식 수포 혈액 작용제와 화학탄 등으로 전체 양은 1000t이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경우 2500∼5000t가량의 화학무기를 보유, 세계 3위 수준이다.

우리 군의 화학무기 보유 사실이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군 당국이 화학무기 폐기 공장을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동의 없이 건설한데다 폐기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 논란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군 당국은 환경오염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화학무기는 평시엔 각각 독성이 없는 성분으로 보관돼 있다가 발사 직후 화학반응을 일으키게 되어 있다는 것.

이에 따라 평시 성분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폐기 작업 과정에서 환경오염 및 유독가스 누출 사고 가능성은 없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영동군 주민들은 폐기 공장이 지난해부터 가동돼 왔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고 사실을 확인하느라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완진(朴完珍)영동군수는 “화학무기 폐기 공장이 가동중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영동군 주민인 김갑용(金甲鏞·39)씨는 “(화학무기 폐기 공장으로) 의심 가는 시설은 생태계 보고(寶庫)인 민주지산에서 불과 10㎞정도 떨어진 곳이므로 환경에 미칠 영향을 당국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녹색연합은 9일 군 당국의 화학무기 폐기 문제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화학무기 폐기로 인해 주민에게 아무런 피해가 없는지, 그럴 가능성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에 대해 국민의 의혹이 일고 있는 만큼 철저히 진상을 조사하고 관련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상근기자·대전〓이기진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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