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불청객 黃砂…美까지 간다

  • 입력 2000년 4월 7일 22시 44분


해마다 봄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 황사(黃砂).

황사현상은 보통 3월말부터 4월 사이에 나타나며 한해 평균 2.8회 가량 발생한다. 그러나 올해는 3월 7일 서울 등 중부지방에서 황사현상이 처음 관측된 이후 7일까지 모두 5차례나 발생해 환경 및 기상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황사란 중국의 타클라마칸, 텡겔, 오르도스, 고비 등의 사막과 황허(黃河)유역의 황토고원, 만저우(滿洲) 등 건조지대의 작은 모래나 먼지가 바람을 타고 상층으로 올라가 한반도나 일본으로 이동해 가라앉는 현상을 말한다.

이 가운데 만주에서 발원하는 경우는 드물고 타클라마칸사막은 한반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황사는 대부분 고비사막이나 황허유역의 황토고원에서 발생한 것이다. 황사는 주로 중국과 한국, 일본 등 극동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북부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에서 발생하는 ‘사하라 먼지’가 유럽 쪽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에서 발생한 황사먼지 가운데 30%는 발생지에 재침적되며 20%는 인근 지역에 가라앉고, 나머지 50%는 한국이나 일본지역으로 날아온다. 98년에는 황사가 강한 제트기류를 타고 미국 서부지역까지 이동한 것이 관측되기도 했다.

황사 알갱이의 크기는 10∼1000㎛로 다양하지만 한반도로 넘어오는 황사의 크기는 보통 1∼10㎛ 정도로 미세해 호흡기질환이나 눈병을 일으키게 된다.

황사는 중국의 공업지대를 통과해 한반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아황산가스나 중금속 등의 성분이 섞여 있으며 공기 중에 떠있는 세균이 묻어와 폐렴이나 기관지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최근에는 파주와 홍성 등에서 발생한 구제역의 원인이 황사인지, 아닌지에 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 등 정밀한 전자 및 기계 부품에 악영향을 미치고 항공기 엔진을 손상시키는 등 황사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막심하다.

그러나 황사가 항상 피해만 주는 것은 아니다. 황사에는 석회 등 알칼리성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주로 산성인 국내 토양을 중화시키고 산성비의 피해를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매년 한반도에 쌓이는 200만∼500만t의 황사 가운데 석회성분은 약 10%인 20만∼50만t에 달한다.

또 황사에는 칼슘과 마그네슘도 들어 있어 이 같은 성분이 식물의 성장을 촉진시키고 해양의 플랑크톤에 무기염류를 제공해 어족(魚族)을 풍부하게 하기도 한다.

기상청 응용기상연구실 전영신(全暎信) 연구관은 “최근에는 황사가 봄철뿐만 아니라 겨울에도 한반도로 이동하는 등 황사현상이 계절에 관계없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축산 농가 관리수칙▼

중국에서 사상 최대의 황사가 우리나라로 불어온다는 소식에 따라 구제역 파동을 겪고 있는 축산 농가에 황사 비상이 걸렸다.

구제역이 황사로 인해 확산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만약에 대비해 7일 다음과 같은 ‘황사 발생시 축산 농가 관리 수칙’을 발표했다.

△운동장이나 방목장에 있는 가축은 축사안으로 대피시킬 것

△축사의 창과 출입문 등을 닫고 외부 공기와의 접촉을 가능한 한 적게 할 것

△들에 방치됐거나 쌓아 둔 건초 볏짚 등은 비닐이나 천막 차광 그물로 덮을 것

△황사가 지나간 후에는 축사 주변, 건물 안팎, 방목장, 사료통 등을 물로 씻어낸 다음 소독할 것

△가축이 황사에 노출되었을 때도 물로 씻어 줄 것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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