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파동 축산농 충격]마을 온통 소독약으로 뒤덮여

  • 입력 2000년 4월 3일 19시 22분


구제역 파동이 갈수록 확산되면서 전국의 축산농민들이 충격과 허탈감에 휩싸여 일손을 놓고 있다.

축산농민들과 방역당국은 더 이상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농장 안팎을 소독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하고 있지만 언제 어디서 또 질병 발생 소식이 전해질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다.

전국의 각 시도는 3일 다른 시도와의 접경지역 도로에 검문소를 설치, 가축의 이동을 차단하는 한편 질병의 확산을 우려해 곳곳의 가축시장을 잇따라 폐쇄했다.

▼"건강한 소도 도살하나"▼

▽축산농가 표정〓경기 파주시 파평면에서 발생한 가축질병이 구제역으로 판명된 데 이어 법원읍과 파주읍 문산읍 등에서도 잇따라 질병 발생 소식이 전해지자 “구제역이 이미 파주시 전역으로 퍼진 게 아니냐”며 불안해 했다.

일부 젖소들이 의사 구제역 증세를 보인 경기 화성군 비봉면 쌍학1리 마을은 소독약에 하얗게 뒤덮인 채 60여가구 주민들이 거의 외출을 하지 않아 마치 ‘육지 속의 섬’같은 황량한 분위기였다.

34마리의 젖소를 키우는 성모씨(54)는 “옆집 젖소가 질병에 걸렸다는 소식에 심장이 뛰고 혈압이 올라 견딜 수 없을 정도”라며 “만약 구제역으로 밝혀지면 건강한 우리 소들도 모두 도살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의사 구제역 증세가 나타난 충남 보령지역은 물론 다른 지역 축산농가들도 자체적으로 농장 안팎에 대한 대대적인 소독작업을 벌이면서 외부인의 농장 출입을 막고 있다.

전북 완주군 비봉면에서 돼지 1만2000마리를 키우는 최석산(崔錫山)전라양돈대표는 “모든 차량과 사람의 농장 출입을 제한하면서 매일 농장 주위와 축사 안팎을 소독하고 있지만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곳곳 임식검문소 반입 봉쇄▼

▽가축 이동 차단〓경기도는 의사 구제역이 발생한 충남 홍성을 비롯해 인근 예산 보령 등에서의 가축 반입을 막기 위해 평택시와 안성시내 국도 등 길목 13곳에 임시 검문소를 설치, 이들 지역에서 반입되는 가축은 발견 즉시 압수해 도살처분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인천시도 12만8328마리(인천 전역의 73%)에 이르는 강화도 내의 가축을 보호하기 위해 강화대교 진입로에서 가축운반차량과 사료수송차량 냉동탑차 등에 대한 소독 작업을 벌이고 있다.

울산시도 울산 부산 경남북지역 외의 지역에서 들어오는 소와 돼지의 반입을 전면 차단했다.

전북도는 군산시 금강하구둑과 무주 가옥검문소 등 충남과 접하고 있는 6개 지역에 경찰과 합동으로 검문소를 설치, 충남지역에서 들어오는 모든 가축수송차량에 대해 소독 여부를 확인한 뒤 통과시키고 있다.

전남도는 아예 도내로 들어오는 10개 진입도로 검문소에 가축방역관을 파견, 도로바닥에 소독약이 묻은 담요를 깔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전 차량에 대한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다.

▼울산-언양 우시장 폐쇄▼

▽가축시장 폐쇄〓울산시는 3일 전국 각지의 가축들이 몰리는 울산우시장(중구 복산동)과 언양우시장(울주군 언양읍)을 ‘구제역 파동’이 끝날 때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경남도도 도내 19개 가축시장 중 3일과 5일 각각 개장 예정이던 창녕군 창녕읍가축시장과 산청군 반성면 성내리 반성가축시장을 우선 폐쇄했다.

도는 또 도내 11개 도축장에 대해 부산과 경남북 이외 지역의 가축은 절대 도축하지 말라고 긴급 지시했다.

전남도는 이날부터 도내 18개 전 가축시장을 잠정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아직 전남지역에서 의사 구제역 발생 사례가 없어 일단 폐쇄는 보류하고 가축시장에 대한 집중 방역소독을 실시했다.

<지방자치부>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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