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퇴직임원 명의로 주식거래…당국-회사 주장 엇갈려

  • 입력 2000년 3월 8일 19시 14분


현대전자 금호에 이어 동국제강 대표이사와 그 일가가 주식 불공정거래를 통해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그러나 혐의내용을 대부분 인정했던 두 그룹과 달리 동국제강측은 금융감독원이 지적한 혐의 내용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치열한 법리다툼이 예상된다.

▽핵심은 ‘차명계좌’여부〓금감원이 밝힌 혐의내용의 핵심은 장세주 사장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2억7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부분. 그러나 동국제강은 장사장 계좌로 지목된 계좌가 사실은 친구인 K씨 계좌이기 때문에 혐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 당국이 차명계좌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조사한 만큼 출석 및 자료제출 요구에도 불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동국제강측은 특히 “무상증자 당시 주가가 5000∼6000원 수준이었다가 6개월뒤에야 9000원으로 올랐고 현재는 3000원대”라며 “고작 2억, 3억원을 얻으려 대주주가 무덤을 파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친구 K씨가 이같은 입장을 해명했으나 ‘다양한 증거를 검토한 끝에’ 차명계좌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반박하고 검찰 수사과정에서 세밀한 증거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멍뚫린 금융실명제〓금감원 조사결과 동국제강 대주주 외에도 법인 자체가 퇴사한 임직원 명의를 도용해 자사주식을 취득, 처분한 것으로 드러나 금융실명제가 금융기관 창구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H은행과 6개 증권사가 계좌 개설인을 신중하게 확인하지 않고 거래했다는 것. 금감원 관계자는 “현행 법규정상 신분 확인을 등한시한 금융기관 임직원만 처벌할 수 있어 명의를 도용한 법인이나 개인은 다른 혐의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미공개정보이용’과 ‘주가조작’이 대부분〓지난 2년간 드러난 재벌그룹들의 불공정거래행위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주가의 인위적 부양과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방법이 그것. 현대전자 사건은 전자에 해당하고 금호와 동국제강은 후자에 속한다.

금호그룹의 경우 금호산업과 금호건설이 합병하기에 앞서 박정구회장 일가가 ‘공개적’으로 임직원들에게 자사주 매입을 독려했고 주식을 되팔아 이익을 실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관대한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동국제강의 경우 가차명계좌가 널리 활용됐고 금감원의 수차례 조사 및 출석요구에도 불응한 점이 감안돼 검찰고발 경고 견책 등 다양한 조치들이 발동됐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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