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契' 열풍… 친구끼리 돈모아 客場으로

  • 입력 2000년 1월 21일 20시 12분


샐러리맨 J씨(37·은행 근무)는 최근 1500만원을 장외주식시장에 투자했다. 위험분산을 위해 투자종목을 3개로 분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J씨가 투자한 자금은 대부분 친한 친구들이 ‘추렴’해서 모은 ‘고사리돈’. 주식투자를 위해 일종의 ‘주식계(株式契)’를 만들어 조성한 돈이다.

▼ 보통 몇백만원씩 추렴 ▼

J씨가 운영하는 주식계는 그를 포함해 5명의 친구가 계원. 대부분 300만∼400만원을 넣었지만 여윳돈이 조금 더 있는 친구는 500만원 이상 붓기도 했다. 수익은 ‘곗돈’의 비율에 따라 배분된다. 반대로 손해도 출자비율대로 돌아간다.

권모씨(30)도 최근 대학 동창 5명과 함께 주식계를 결성, 지난해 성과급으로 받은 1000만원을 맡겼다. ‘계주’는 주식시장의 생리를 잘 알고 현재 증권사에 근무하는 친구. 계원들은 1인당 1000만원씩 내 거금 6000만원을 만들어 장외시장에 투자했다. 이들은 곧 상장할 회사 중 성장가능성이 높은 회사 몇개를 골랐고 15일 ‘투자모임’에 이어 18일 계좌를 개설해 입금까지 끝냈다.

권씨는 “평소 주식투자를 하고 싶었지만 시세표를 보는 방법도 잘 모르는데다 증권회사나 펀드매니저에게 맡기는 게 찜찜해 이 방법을 택했다”며 “믿는 친구들이니 마음도 놓이고 편하다”고 말했다.

▼ 증권사 친구가 투자 맡아 ▼

친한 사람들끼리 자금을 모아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주식계’가 뜨고 있다. ‘개미군단’으로 불리는 소액투자자들의 새로운 재테크 방법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여윳돈이 적거나 초보자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주식계의 장점은 무엇보다 적은 액수로 ‘큰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 실제 계원들의 투자금은 대부분 200만∼400만원 수준이다.

주식계의 또 다른 장점은 투자자들이 개별적으로 증권사 직원 또는 펀드매니저에게 맡기거나 직접 투자하는 방법보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 각 업계에 종사하는 지인(知人)들끼리 수시로 정보를 교환하고 최선의 투자종목을 정하기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피해액수가 적다. 여기에 평소 소액투자자들은 꿈도 못꾸는 주당 100만원 안팎의 ‘황제주’를 구입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

친한 사람들과 ‘거래’를 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것도 유리한 부분. 증권가에는 ‘주식거래는 가족도 믿지 못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허위정보가 많고 ‘영양가’있는 정보는 기관투자가 등 극소수가 독점하는 게 현실. 말하자면 주식계를 통해 공유하는 정보가 그만큼 신뢰도가 높고 위험부담이 적다는 계산이다.

주식계는 또 철저한 비밀유지가 특징.‘계주’가 대부분 금융업계 종사자인 경우가 많아 외부로 알려지면 ‘일임매매’나 ‘주가조작’시비가 일 우려가 있기 때문. 투자정보가 밖으로 새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A은행 방배지점의 김모대리는 “최근 주가가 들쭉날쭉해서 그런지 위험을 줄이고 투자효과를 높이려는 고객들이 주식계를 결성하는 것을 자주 본다”며 “다른 사람들보다 여유있게 투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 내심 권하고 싶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cor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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