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유도 특검수사 종결]"정부 개입 없었다" 결론

  • 입력 1999년 12월 17일 19시 23분


강원일(姜原一)특별검사는 14일 “진실이란 것은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며 수사결과의 ‘방향’을 은근히 암시했다.

17일 특검 수사결과 발표에서 드러난 ‘파업유도사건’의 진상은 차라리 ‘파업유발사건’에 가깝다는 것이 법조계의 평가다. 특검팀이 발표한 이 사건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강희복(姜熙復)전조폐공사사장은 경영자로서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와 기획예산위의 ‘구조조정’요구 사이에서 갈등한다.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해 ‘직장폐쇄’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썼지만 노조는 간단치 않았다.

결국 강전사장은 자신의 경영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조폐창 조기 통폐합을 강행한다. 노조 파업은 ‘결과적’으로 유도된다. 이같은 줄거리는 회사측이 노조원을 자극해 파업을 유도하고 노조위원장을 분신(焚身)까지 하게 만드는 과정에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국민적인 의혹과 다소 거리가 있다.

기존 검찰에 의해 파업유도의 장본인으로 지목됐던 진형구(秦炯九)전대검 공안부장은 특검 수사에서 오히려 혐의를 덜었다. 이에 따라 진전부장에게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 등을 적용했던 검찰은 당장이라도 그에 대한 공소장을 변경해야 할 판이다.

특검팀은 2개월간 강봉균(康奉均)재정경제부장관과 진념(陳稔)기획예산처장관, 안영수(安榮秀) 전노동부차관 등을 비롯한 71명의 국가기관 관계자들을 조사했지만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간여한 혐의는 밝혀내지 못했다. 기획예산위와 재경부 등이 포함된 공안합수부는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원칙에 합의한 것은 맞지만 직접적인 파업유도 ‘모의’는 없었다는 것이 특검팀의 결론.

이번 특검수사로 검찰은 부끄러운 치부를 드러내야 했다. 검찰이 상관에 아부하거나 공적을 과장하는 행위 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상부에 대해 사측을 ‘지도’하거나 ‘권유’했다는 보고서를 작성한 대전지검 공안부 검사들은 강특검에게 “표현을 다소 과장했을 뿐 사실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강특검은 “검사들이 솔직하지 않은 것 같다”며 “차라리 정당한 공무수행을 했다고 당당히 진술하기를 바랐다”고 비난했다.

이같은 보고서를 작성한 검사 2명과 대전지방노동청 관계자 2명은 검찰에 수사를 받게 된다. 검찰이 이들의 노동쟁위 개입 사실을 밝혀내지 못하더라도 허위공문서 작성이라는 공무원으로서는 더 치욕적인 혐의가 기다리고 있다.

한편 특검팀은 이같은 검찰 공안부와 공안합수부 소속 기관들의 주제넘은 노사관계 개입에 대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낱낱이 보고해 한바탕 제도개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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