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이냐 민주적절차냐" … DJ정부 리더십 논란

  • 입력 1999년 12월 13일 19시 56분


동아시아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강력한’ 리더십인가 아니면 ‘민주적 절차’에 충실한 리더십인가. 김대중 정부의 리더십을 실례로 한 논란이 최근 벌어졌다.

세종연구소(소장 김달중·金達中)와 미국의 ‘민주주의 재단’(NED·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은 10∼11일 세종연구소에서 ‘경제개혁의 정치와 시민사회의 대응’을 주제로 ‘동아시아 민주주의 포럼 제1차 워크숍’을 공동 개최했다. 이 모임에서는 현 정부의 ‘민주적 리더십’을 지지하는 입장과 ‘민주적 절차의 비현실성’을 비판하는 입장이 대립됐다.

‘생산적 복지를 통한 민주적 리더십 강화’라는 제목으로 기조발제에 나선 김유배 청와대 복지노동수석은 단시간내에 한국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민주적 리더십 덕분이라면서 현 정부의 정경유착의 잔재 척결과 구조조정 성공을 적극 평가했다.

그러나 세종연구소 김종완연구위원이 현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결정 과정에서 일반시민을 소외시키는 경향을 보였다는 비판을 제기하자, 한국의 경제개혁과 민주적 리더쉽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이 연구소의 박기덕연구위원은 “정부가 상충되는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개혁을 추구하려면 강력한 리더십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고 전제하고 “절차적 민주주의원칙에 충실한 리더십과 민주적 절차의 희생이 있어도 민주주의 체제의 장기적 정착을 위한 리더십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래리 다이어몬드교수는 “한국처럼 집단간 이해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화합과 통합이 민주적 리더십의 덕목이 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도자는 개혁의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동시에 개혁의 당위성을 국민에게 설득하는 쌍방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민주주의 포럼’은 김대중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98년에 제안해 출범했으며, 양국의 두 연구소가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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