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노동계 "정권타도" 선언에 곤혹

  • 입력 1999년 12월 13일 19시 56분


노조전임자 임금지급문제로 촉발된 노동계의 ‘동투(冬鬪)’가 갈수록 강경한 기조를 띠어가자 여권이 당혹감 속에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한국노총은 13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등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에서 여당후보 낙선운동과 함께 정권 타도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노총의 이같은 선언은 15대 대선 전부터 맺어온 국민회의와 한국노총의 ‘밀월관계’가 막을 내리면서 전통적인 국민회의 지지기반이었던 노동계가 등을 돌릴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노동계 출신인 국민회의의 한 의원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인간적인 신뢰가 깊은 한국노총 박인상(朴仁相)위원장이 극한투쟁을 선언한 것 자체가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여권이 당장 노동계를 달랠 수 있는 마땅한 카드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노총이 요구하고 있는 △주 40시간 노동 △단체협약 위반시 사용자 제재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등은 사용자측의 반발이 거세어 쉽게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노총이 강공으로 나오는 것은 정기국회가 열려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강공드라이브를 거는 것”이라면서 “설득하면 타협이 될 것으로 본다”고 사태를 ‘낙관’했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기존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어서 이같은 ‘낙관론’이 과연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국민회의 이영일(李榮一)대변인이 이날 한국노총측을 강력히 비난했다가 이를 취소하는 소동을 빚은 것도 여권내 고민의 일단을 내비친 대목.

이대변인은 “우리가 노총과의 정책연대 때문에 노조의 정치활동 허용과 복수노조 인정 등 노총의 요구를 많이 들어줬는데도 노총이 낮에는 한나라당을 찾아가 한가지 양보도 못 얻어내면서 밤에는 우리 당사에서 숙식하는데 대해 당간부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는 이를 취소했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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