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 '정책연합 파기 선언']정부여당에 압박공세

  • 입력 1999년 12월 13일 19시 56분


한국노총이 13일 정책연합 파기 등 사실상 ‘결별’에 가까운 통첩을 보낸 것은 정부여당에 대한 총력 압박공세로 해석된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를 둘러싼 노사간 대립이 노정갈등을 넘어 대정부투쟁으로 바뀌면서 갈수록 과격해지고 있어 산업계의 피해등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총의 이같은 초강경 노선은 조직을 추스르며 일단 총선을 눈앞에 둔 정부 여당을 압박해 최대한의 실리(實利)를 챙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노총은 이번 정기국회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호기(好期)라고 판단하고 있다.

전임자 임금지급을 사실상 허용하는 내용의 노사정위원회 중재안이 노동계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지만 아직도 크게 미흡해 투쟁의 열기가 오른 지금 계속 밀어붙여 정부와 사용자의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속셈이다.

총선이라는 무거운 짐을 안고 있는 정치권의 사정상 거대 정치세력으로 등장한 노동계가 끝까지 버틴다면 정부가 결국 손을 들지 않겠느냐는 계산을 깔고 있다.

실제로 노동계는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총선 이후로 연기될 경우 노사정 역학관계에서 노동계의 힘이 빠져 협상의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사업장 위주인 민주노총에 비해 조합원 300명 이하의 소규모 노동조합이 80% 가량인 한국노총의 경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존립자체가 위협을 받게 돼 배수진을 치고 이 문제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노총이 ‘최후의 카드’인 국민회의와의 정책연합까지 파기하고 대정부 투쟁을 선언한데 이어 17일과 23일 총파업을 강행키로 하는 등 최강수를 두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정부는 이번 정기국회 회기내에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를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에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으나 시간은 별로 없다.

물론 극적타결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많은 얘기들이 오가고 있으며 ‘각론’부분만 해결되면 멀지 않아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긍정적인 합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해 주목된다. 청와대가 직접 나섰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 관계자가 밝힌 ‘15일 노사정위 협상’이 중대 고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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