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합법화 의미]한국 노동운동 새 전기 마련

  • 입력 1999년 11월 23일 19시 57분


23일 ‘합법화’에 이르기까지 민주노총이 겪어 온 길은 그야말로 멀고도 험했다. 95년 출범에 앞서 민주노총의 뿌리는 87년 노동자대투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87년 한해에만 1500여개의 노동조합이 설립됐고 이는 90년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결성으로 이어졌다. 그 주체들이 전노협을 발전적으로 해체, 95년 민주노총을 출범시킨 것.

그러나 정부는 민주노총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불법단체’는 아니었고 ‘법외단체’라는 애매한 지위로 한국노총과 함께 노동계를 대표하는 조직으로 활동해 왔다.

정부가 민주노총을 합법화한 데는 전교조 합법화로 구성단체 요건이 충족되기도 했지만 더이상 민주노총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여러 모로 실익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선 민주노총의 합법화를 둘러싼 국제노동기구(IL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의 권고사항이 해결돼 대외신인도 문제가 해결됐다. 정부는 또 활동마비 상태의 노사정위가 정상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렇다고 민주노총의 합법화가 당장 노사정 관계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단병호(段炳浩)위원장은 “그동안 지켜 온 운동원칙과 방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제도권으로의 진입은 그에 걸맞은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것이어서 장기적으로 한국 노동운동에 의미있는 변화가 올 것임은 분명하다.

어쨌든 민주노총은 정부로부터 보조금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또 각종 정부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등 활동영역이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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