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범죄'처벌 솜방망이…불기소-기소유예-징역1,2년

  • 입력 1999년 10월 29일 19시 47분


고문과 가혹행위 불법체포 감금 등 수사기관에 의해 저질러지는 ‘반(反)인륜적 범죄’에 대해 검찰이 기소조차 않거나 기소해도 법원이 낮은 형을 선고하는 등 미온적으로 대처해 이들 범죄를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이들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너무 짧아 이근안(李根安)전경감처럼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고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29일 법무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98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검찰이 처리한 120건의 고문과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사건 가운데 가해자가 기소돼 재판을 받은 것은 단 6건에 불과했다. 이 중 75건은 무혐의처리되고 15건은 기소유예, 19건이 각하됐고 나머지 5건은 기소중지 등으로 처리됐다.

또 97년 9월부터 98년 8월까지도 373건의 사건이 처리됐지만 기소된 사건은 16건에 불과했고 무혐의 220건, 기소유예 27건, 공소권없음 9건 등이었으며 82건이 각하, 19건이 기소중지 등으로 처리됐다.

이전경감이 주도한 것으로 드러난 김근태(金槿泰)의원 고문사건과 납북어부 김성학(金聲鶴)씨의 고문사건도 모두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려 피해자들이 법원에 재정신청을 내 받아들여진 것이다.

법원의 선고형량과 형법 등 관련법규의 법정형도 지나치게 가벼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21일 납북어부 김씨 등을 고문한 혐의로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져 기소된 전직 경찰관 8명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3명에 대해서만 징역 1∼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3명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전경감은 다시 재판을 받게 되며 나머지 1명은 행방불명인 상태다.

이들에게 적용된 형법의 불법체포 감금(124조)은 법정형이 ‘징역 7년이하’, 폭행 가혹행위(125조)는 법정형이 ‘5년 이하’로 낮은 편이다. 또 이들 범죄로 상해를 입혔을 경우 특가법에 의해 가중처벌되지만 형량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다른 범죄에 비해 낮다.

공소시효도 문제다. 형사소송법 제249조는 이들 범죄의 법정형량 상한선에 따라 공소시효를 7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박찬운(朴燦運)변호사는 “전세계적으로 이같은 반인륜범죄에 대해서는 기소와 재판의 관할을 묻지않고 공소시효도 인정하지 않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형·신석호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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