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감청 되나 안되나]전문가들도 이견

  • 입력 1999년 10월 18일 19시 02분


디지털 휴대전화의 감청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여러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아날로그 휴대전화나 유선전화에 비해 어렵지만 이론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는 입장을 보인다.

고려대 김영식(金英植·전파공학과)교수는 “단말기의 고유 헥사코드를 복제하고 감청 대상자와 같은 기지국(셀)내에 위치하면 통화내용을 엿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기지국이 복제된 단말기와 감청대상자의 단말기를 똑같이 인식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수신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것. 그러나 감청대상자가 제삼자에게 말하는 내용은 들을 수 없기 때문에 고성능 도청기를 별도로 써야 한다.

김교수는 “군용 통신과 달리 일반 휴대전화는 암호기술이 복잡하지 않아 충분히 해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상우(金相佑·전기전자과)교수는 “정보기관에서 휴대전화 업체의 도움을 얻어 단말기의 고유 코드를 알아낸다면 휴대전화 통화내용을 감청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교수는 “그런 장비가 개발됐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와 휴대전화업체 전자통신연구원 등은 디지털 휴대전화 감청에 대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전자통신연구원 무선방송기술연구소 이혁재(李赫宰)박사는 “디지털 휴대전화는 수많은 음성신호를 다발로 묶어 보낼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단말기에 부여되는 제조일련번호(ESN)가 4조개를 넘기 때문에 이를 알아내 감청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4조개가 넘는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단말기의 제조일련번호를 모르는 상태에서 이를 확인하는 것은 4조분의 1의 확률”이라고 말했다.

이박사는 한나라당 김형오(金炯旿)의원의 감청 가능 주장에 대해 “김의원의 주장은 ESN코드를 손쉽게 알아낸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하지만 전제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김학진·이 훈기자〉j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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