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밀 보호법 허술…마구잡이 감청 부른다

  • 입력 1999년 10월 17일 19시 43분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에 수사기관의 감청 남용을 막는 장치 등이 극히 미흡해 인권 보호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재야법조계는 물론이고 대법원 등 사법부도 문제가 많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인권 보호에 충실한 선진국형으로 고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감청 대상을 22가지 범죄수사와 국가안보를 위한 정보수집목적 등으로 매우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범죄수사에는 내란 외환 마약사범 등 감청이 꼭 필요한 주요 범죄 외에 강도 절도 사기 공갈범죄 등도 포함하고 있다.

반면 일본의 경우 올 8월 제정한 ‘범죄수사를 위한 통신방수(傍受·옆에서 엿들음)에 관한 법률’에서 감청대상을 마약 집단밀항 총기관련범죄와 조직적인 살인 등 4가지로 국한하고 있다.

미국은 사형 또는 징역1년 이상에 해당하는 범죄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영장청구부터 감청집행까지의 절차를 매우 엄격하게 규정해 한가지라도 위반할 경우 감청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우리의 통신비밀보호법의 경우 수사기관의 감청기간도 3개월(국가안보 목적은 6개월)로 되어있고 한차례 연장할 수 있어 최장 6개월(〃 1년)로 지나치게 길다.

반면 일본은 감청기간이 10일로 필요할 경우 연장할 수 있지만 30일을 초과할 수 없고 미국은 30일(바로 집행하지 않을 경우 영장발부 후 40일 이내)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연장할 수 있다.

특히 영장없이 허용되는 긴급감청(48시간 이내) 제도는 남용 우려 때문에 일본에서는 아예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통신비밀보호법은 미국이나 일본에서 인정하고 있는 △수사기관의 감청에 통신사업자 등의 참여 △감청작업 완료 후 통신당사자에게 감청사실 통보 △감청내용을 수시로 법원에 보고 혹은 감청원본 테이프 법원 제출 등 감청 남용을 감시 견제하는 장치를 두지 않고 있다.

변재승(邊在承)법원행정처장은 15일 국회법사위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감청조치가 완료된 후 당사자에게 통지해주는 입법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최영훈·김승련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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