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주요전화국 단자 연결 常時 감청』

  • 입력 1999년 10월 15일 23시 57분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의 폭로로 국가정보원이 국내, 국제전화를 상시감청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총무는 이날 국정원에 대한 국회 정보위의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의 ‘제8국(과학보안국)’에서 감청을 총괄하고 있다고 주장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관련조직 일부와 활동실태에 대해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공개했다.

이총무는 “제8국이 있는 3동건물 5, 6층은 국정원 내에서도 1급 통제지역으로 분류돼 있어 국 소속 직원이 아니면 내부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철저히 보안이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총무는 국정원의 전국 11개 지부에도 지부장 직속의 과학보안계에서 주요전화를 감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도 감청 방식과 관련, “광화문 혜화전화국 등 이른바 관문(關門)전화국의 실험실 단자에 국정원 8국에 연결된 주파수해독기가 부착돼 있어 상시 도청과 감청이 가능하다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이총무의 주장의 진위여부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을 하지 않은 채 “국정원 청사 내에는 별도의 도청시설이 없으며 통신정보 수집시설의 일부가 감청기능을 가지고 있고 직원 수십명이 합법적 감청기능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황재홍(黃在弘)공보보좌관은 “국정원법상 국정원 조직 자체가 기밀사항이기 때문에 제8국의 조직 실태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총무가 주장한 제8국이 있는 건물에는 외사 방첩과 관련해 공개하기 어려운 장비들이 있기 때문에 정보위원들의 시찰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게 국정원의 주장이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제8국은 북한의 음성 화상정보를 주로 감청하고 있고 일부 조직이 국내 전화를 감청할 가능성이 있으나 그 실상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황공보보좌관은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의 정보기관들도 통신 보안시설을 공개한 적이 없다”면서 “만약 국정원이 이 시설을 공개할 경우 외국 정보기관의 입장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행위로 국제사회에서 우리 정보기관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정보교류나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마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제8국 시설은 절대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국정원 감청전담조직의 존재가 확인된 만큼 이번 기회에 반드시 그 실체를 밝혀내겠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국정원의 내부제보로 제8국의 존재를 확인한데 이어 제8국에서 작성한 극비 감청보고서를 입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의 국정원 감청조직과 장비 공개 공세와 국정원의 ‘조직 불공개’ 방침 고수로 감청논란은 커다란 정치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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