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무법자 청거북 비상…어린물고기 알 마구 먹어

  • 입력 1999년 9월 27일 18시 44분


전국의 하천과 연못에 ‘붉은귀거북’비상이 걸렸다.

흔히 ‘청거북’으로 불리는 이 거북이 최근 급속히 불어나면서 닥치는 대로 어린 물고기 등을 잡아먹어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거북은 수명이 긴데다 천적이 없어 ‘황소개구리’ ‘블루길’에 이어 국내 생태계 파괴의 또다른 주범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시는 최근 한강 지천 고궁 연못 등의 붉은귀거북 서식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12곳에 모두 붉은귀거북이 집단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박제철(朴濟哲)박사는 “한강 본류와 지천에 사는 붉은귀거북이 90년대 초반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며 “특히 보통 물고기는 살 수 없는 4급수 이하의 난지천에서도 30여마리의 붉은귀거북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서울시내 모든 하천에 이 거북이 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지어 청정지역인 지리산 일대(국립공원관리공단 98년 조사) 비무장지대(DMZ)와 민통선 지역(서울대 환경생태계획연구실 99년 조사)에도 이 거북이 집단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미시시피강 일대가 원산지인 붉은귀거북은 80년대 중반 애완용으로 수입돼 국내에 퍼졌다. 집에서 기르다 몸집이 커지자 많은 사람들이 하천이나 연못에 붉은귀거북을 버린데다 4월 초파일 등에 이를 대량 방사해 야생상태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것. 요즘도 수족관 등에선 금붕어 등과 함께 붉은귀거북을 애완용으로 팔고 있다.

다 자라면 길이가 20㎝ 정도인 이 거북은 각종 알, 어린 물고기, 수서곤충 등을 잡아먹는 잡식성 동물로 △수명이 20년이나 되고 △생명력이 강하며 △국내 하천엔 이렇다할 천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용산가족공원 내 황소개구리가 이 거북에 밀려 사라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심재한(沈在漢)박사는 “이대로 붉은귀거북을 방치하면 머지않아 국내 하천생태계가 망가지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