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청문회]겉핥기 청문회 개선여론 높다

  • 입력 1999년 8월 26일 19시 55분


“됐어요. 묻는 말에만 간단히 답변하세요.” “말할 기회를 줘야지 답답해 죽겠어요.”

25일 ‘옷로비 의혹 진상조사 청문회’에서는 의원과 증인들 사이에 이같은 설전이 끊임없이 계속됐다.

의원들은 자기에게 배정된 시간 안에 보다 많은 것을 확인하기 위해 소나기식 질문을 퍼부었고 증언이 잠시만 머뭇거리면 윽박지르기 일쑤였으며 증인들은 “상황설명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청문회 진행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서강대 손호철(孫浩哲)교수는 “청문회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행해야 하는데도 제한된 시간안에 너무 많은 증인들을 신문하다 보니 심도있는 진행이 어렵다”면서 “의원들이 청문회를 자기 선전장으로 활용하는 바람에 같은 당 소속 의원들끼리도 중복질문이 잦다”고 지적했다.국회 운영위의 권영진(權永振)입법조사관은 “중복질문 방지와 증인들에게 충분한 발언기회를 주기 위해 사전서면증언제(증인들에게 미리 서면질의서를 보낸 뒤 청문회 하루전까지 서면증언을 받고 증인신문 때는 보충질의를 하는 식) 도입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옷로비 청문회’에 참여했던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은 “검찰 경찰이 수사자료 제출을 거부해 제보와 증인들의 증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박찬표(朴璨杓)국회도서관 입법조사연구관은 “증언의 사후검증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국회가 권한을 갖고 위증자를 고발, 처벌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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