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방재硏 수해원인-대책]임진강댐 여러개 건설해야

  • 입력 1999년 8월 4일 19시 42분


수많은 국민의 삶의 터전을 앗아간 이번 수해는 천재(天災)인가 인재(人災)인가.

하지만 전문가들은 96년과 98년에 이어 또다시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이번 수해는 무분별한 개발과 지자체의 임기응변식 대응에서 비롯된 ‘인재(人災)’라고 지적한다.

경기 북부지역의 수해에 대한 현장조사를 계속하고 있는 국립방재연구소(소장 송재우·宋在偶)연구원들로부터 임진강 및 중랑천 유역의 수해 원인과 대책을 들어본다.

◆임진강유역

“최선의 방법은 중소규모의 댐을 많이 건설하는 것이다.” 수해 이후 임진강 유역과 연천댐 상하류를 현장조사한 방재연구소 이종설(李鍾設)박사의 진단이다.

연천군과 파주시 등은 95년 이전까지는 큰 수해가 없었던 지역. 하지만 96, 98년에 이어 금년까지 최근 집중적인 수해를 입었다.

이박사에 따르면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강 수계의 62.9%가 북한지역에 걸쳐있다는 점. 대형댐을 건설하고 싶어도 피해가 북한측에 옮겨질 수 있어 불가능하다는 것.

두번째 문제는 하류지역의 지형. 이박사는 파주를 둘러본 뒤 “하류의 지형이 워낙 완만해 바다의 조수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밀물때 강물이 잘 빠져나가지 않아 홍수피해의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가장 ‘현실적인’대안은 북한측 수위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의 중소규모 댐을 여러개 건설하는 것.

하지만 현재 임진강에는 중소규모의 댐이 한개도 없다. 이번에 일부가 유실된 연천댐이 임진강과 합류하는 한탄강을 막고 있는 정도지만 이 댐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연천댐을 조사한 박덕근(朴德根)박사는 “연천댐은 지반이 약한 풍화암지대에 위치해 있어 구조자체가 위험하다. 유지 보수도 부실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박사는 “연천댐은 96년 댐 왼쪽이 유실된 이후 전반적인 안전진단까지 받았는데 이번에 다시 오른쪽 옹벽이 유실됐다”며 “앵커(댐을 지지하는 철심)를 더 깊이 박는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하거나 아니면 댐 위치 자체를 옮기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범람한 하천과 빗물이 통일로와 경의선을 타고 읍전체를 휩쓴 파주시 문산읍의 경우 도시계획 자체가 잘못된 곳.

물바다가 된 문산지역의 현장조사에 나선 김양수(金陽洙)방재연구실장은 “빗물이 도로나 철길을 타고 들어온다는 것은 도시 자체가 수해를 감당하기 불가능한 저지대에 만들어졌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문산 현장조사에 동행한 이호준(李昊俊)박사는 “도시계획을 완전히 다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장은 급한 대로 건물 1층과 지하는 주차장 등의 시설로 용도를 변경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저지대 주택가를 모두 고지대로 옮겨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저지대에는 유수장과 펌프시설을 만드는 등 도시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비피해는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랑천유역

“전 자치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통합적으로 하천을 관리해야 한다.”

의정부시 동두천시 서울 동북부 지역 등 중랑천 유역 수해지역을 돌아본 심재현(沈在鉉)박사의 견해.

심박사는 현장을 돌아본 뒤 “급격한 개발로 유량에 비해 하천의 폭이 너무 좁아졌다. 또 의정부는 지나치게 지하도로를 많이 설치해 폭우에 구조적으로 약하다”고 지적했다.

중랑천 유역에서 수해가 잦은 원인은 근본대책이 부족한 상태에서 강행한 도시개발이라는 것.방재연구소에 따르면 2시간동안 50㎜의 비가 올 경우 도시로 개발된 지역은 자연녹지에 비해 1㏊당 무려 110∼130t의 물이 더 유입된다.

북한과 인접지역으로 자연녹지가 비교적 잘 보존됐던 이곳이 최근 15년간 급속히 개발돼면서 ‘재해 무방비지역’이 됐다는 지적이다.

대안은 중랑천을 끼고 있는 각 자치구가 하천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 이미 만들어진 도시를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10개에 가까운 자치구가 각각 관할구역을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홍수에 대비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심박사는 이번 수해때 범람 직전까지 치달았던 중랑천 지류 방학천을 그 예로 지적한다. 방학천은 주위에 비해 특히 제방이 낮아 범람위험이 컸던 곳. 또 주변이 모두 저지대라 물이 넘칠 경우 인근지역까지 피해가 전달될 수밖에 없다.

중랑천의 제방이 생각처럼 낮은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특정지역이 낮을 경우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심박사는 “행정구역은 나뉘어 있지만 하천은 모두 연결돼 있다. 우선 상중하류에서 흐르는 물의 양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하천 전반에 걸쳐 단면도를 다시 그려야 한다. 그리고 적절한 제방높이와 준설수준을 전 하천에 걸쳐 다시 계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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