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폭우/스케치]『태풍까지 덮치나』수마공포 뜬눈 밤샘

  • 입력 1999년 8월 2일 19시 26분


경기북부 지역에 이어 2일에는 서울의 일부지역도 수해를 입는 등 수해 지역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중랑천 주변지역이 일부 침수되고 주민들이 대피했다. 파주 문산 연천 동두천 등 경기북부 지역의 이재민들은 교통두절 등으로 구호물자가 제때 도착하지 않아 고통스러운 대피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서울 중랑천

또 다시 퍼붓는 장대비, 교각을 집어삼킬듯이 치고 올라오는 시뻘건 흙탕물.

2일 오전 중랑천 수위가 노원구 월계2교 녹천교 창동교 등의 다리 상판 바로 아래까지 육박해 들어오자 이를 지켜보던 주민들은 “또 범람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전 10시경 요란한 사이렌소리와 함께 경찰차와 소방차가 방학천에 도착했다.

소방관들은 곧 “방학천이 범람할지도 모르니 도봉구 쌍문1동 창4동 방학1,3동 등 4개동 주민들은 언제라도 신속히 대피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주민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급히 중요한 가재도구를 챙기기 시작했다. 집 입구에 모래주머니를 쌓으며 한사코 집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주민도 보였다.

정오가 넘어서자 방학천 물은 도로변 난간에서 손을 뻗으면 물이 손에 닿을 정도로 불어났다. 작년에도 큰 피해를 보았다는 박원태씨(40·도봉구 방학동)는 “아침부터 중요한 가재도구는 모두 챙겼다. 지금은 제발 하천이 넘치지 않기만을 기도할 뿐”이라며 절박한 심정을 나타냈다.

일부 주민들은 “도대체 2년 연속 이런 일을 당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가재도구를 발로 걷어차는 등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고 물에 잠긴 비닐하우스를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이는 주민도 있었다.

한 주민은 대피장소인 수락초등학교 입구에서 “작년 이곳에서 1주일이 넘게 ‘게릴라 호우’와 싸웠는데 꼭 1년만에 다시 이곳을 찾아야 한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며 “이제 누구를 원망할 기운도 없다. 모두 자포자기한 상태”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기 북부

2일 경기 파주 동두천시와 연천군 등 경기 북부 수해지역의 각 대피소는 난민수용소를 방불케했다. 대피소마다 수십명에서 2000여명씩 수용된 이재민들은 구호물자 부족과 급수중단 잠자리 불편 등으로 기본적인 의식주도 해결하지 못한 채 ‘최악의 상황’에서 고통스러워 했다.

이날 오후 파주시 문산읍 문산초등학교. 문산읍 시가지가 물바다로 변하면서 이재민 2000여명이 한꺼번에 모여든 문산초등학교는 교실마다 20∼30명이 들어차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이재민이 2000명을 넘는데도 도로가 끊겨 외부로부터의 부식과 식수 등 구호물자를 공급받지 못해 당장 다음 끼니를 걱정해야 할 판.

급수차량이 물을 공급했지만 30여분만에 바닥이 나 세면이나 화장실 이용에 큰 불편을 겪었다. 옷가지나 세면도구 등 기타 생필품 등은 도로가 부분 개통된 2일에도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

이종환씨(48·파주시 문산읍 문산리)는 “많은 사람들을 한곳에 수용해놓고 생필품도 제대로 주지 않아 너무 불편하다”며 “차라리 물에 잠긴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사흘째 외부와 고립된 연천군 장남면의 주민들은 2일 전화로 갓난아이 12명의 분유가 떨어졌다며 외부의 긴급 지원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날 늦게까지 장남면으로 통하는 2개의 도로와 다리가 여전히 침수돼 있어 구호차량은 진입하지 못했으며 기상악화로 헬기를 통한 공수 역시 불가능한 상황이 계속됐다.

〈이헌진·박윤철·이완배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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