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로비설]기자 4명뿐…맥빠진 수사 발표

  • 입력 1999년 6월 24일 19시 24분


『소리는 컸으나 끝은 허망한 수사종결.』

검찰 관계자는 24일 검찰이 발표한 그림로비 의혹사건의 특징을 이처럼 정리했다.

범죄수사는 내사를 벌이다가 혐의가 포착되면 수사를 본격화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상식이다.

대통령의 지시로 수사에 착수했으나 ‘의혹 뿐인 의혹’으로 결론난 이번 사건은 정반대인 셈이다.

○…수사 발표는 ‘실체 없는 로비가 실제로 없었다’는 사실을 설명해 주는 성격이어서 수사 검사나 취재진 모두 맥이 빠진 모습.

발표 시간인 오후 2시가 됐는데도 발표장인 서울지검 6층 소회의실에 취재기자가 4명밖에 나타나지 않아 검찰측에서 “자리를 채워달라”며 기자들을 불러 모을 정도.

○…이번 사건과 관련, 조사받은 사람은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과 부인 이형자(李馨子)씨, 김기창(金基昶)화백의 아들 김완(金完)씨, 대한생명보험 전현직 직원, 미술대 교수, 회화 감정 전문가, 서울시청 문화과 직원 등 30여명.

검찰은 “모든 소환 대상자와 현장 확인 과정 등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신속한 진상규명뿐만 아니라 수사절차의 투명성도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

한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의 운보 그림 보관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검찰과 동행했던 감정사 2명은 평소 문화예술에 조예가 깊은 이훈규(李勳圭) 특수1부장의 부인이 추천한 사실이 알려져 검찰 주변에서는 “집 안팎에서 일심동체인 부부”라는 평가.

○…검찰은 정확한 그림 수량, 대한생명과 이형자씨의 해명이 다른 이유, 문제의 ‘대생문화재단’의 존재 유무 등 로비의혹의 미세한 부분까지 자세하게 해명하는 ‘친절’을 과시.

검찰은 △김완씨가 세금을 줄일 목적으로 다른 사람 이름으로 그림을 팔고는 이를 감추는 바람에 그림 숫자에 혼선이 생겼으며 △이형자씨는 미술관 건립계획을 알고 있었으나 대한생명 실무자는 그런 사정을 몰라 그림 매입을 ‘투자’라고 표현했다고 설명.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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