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공작 의혹]검찰-公安協-개인 누구 작품인가?

  • 입력 1999년 6월 10일 19시 27분


《진형구(秦炯九)전대검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의 실체는 무엇일까. 정부차원에서 2001년까지 구조조정키로 한 조폐공사 옥천창과 경산창의 통폐합을 99년 3월로 앞당겨 시행키로 결정해 노조를 자극, 전면파업에 돌입케 한 ‘보이지 않는 손’은 무엇일까. 시민사회단체의 진상조사단, 조폐공사 노조와 회사간부, 검찰과 기획예산처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3가지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첫째는 검찰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 둘째는 공안대책협의회 차원의 개입 가능성, 셋째는 고교선후배 사이인 진 전대검공안부장과 강희복(姜熙復)조폐공사사장의 개인적 협조 가능성이다.》

▼ 검찰의 조직적 개입가능성 ▼

이 가능성의 유력한 근거는 바로 진 전대검부장의 발언. 진전부장은 7일 오후 일부 기자들에게 “조폐공사 파업은 사실 우리가 만든 거다. 정부투자기업체에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인데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우리가 지시해 복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진부장은 또 ‘당시 공안부 이준보(李俊甫)과장이 보고서를 만들었고 총장에게도 보고했다’며 “처음에는 총장님이 무슨 말인 줄 잘 못 알아 듣는 것 같았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문제의 발언후 진 전부장은 ‘취중 실언(失言)’이라고 해명했지만 발언의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라는 점에서 ‘취중 진담(眞談)’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 공안대책협의회의 합작설 ▼

검찰 국가정보원 노동부 재정경제부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공안대책협의회에서 조폐공사의 파업사태를 논의하며 조폐창의 조기 통폐합 추진 문제를 대략적이나마 협의했을 가능성도 있다.

조폐창 통폐합을 반대하던 공사측이 지난해 9월18일 공안대책협의회가 열린 뒤 조기통폐합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했다는 시민단체 진상조사단의 조사결과가 이같은 가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 개인적 협조 가능성 ▼

진 전부장은 강 조폐공사사장의 고교 1년 선배. 따라서 두 사람이 조폐공사 사태에 대해 개인적인 차원에서 상의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검찰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강사장이 강성으로 알려진 조폐공사 노조문제, 나아가 구조조정의 어려움 등을 진 전부장과 협의했을 수 도 있다고 보고 있고 이때 진 전부장이 후배인 강사장을 위해 ‘파업유도’ 등의 ‘문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당사자들은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강사장이 조폐공사 사태를 앞두고 진 전부장을 방문했다는 얘기도 있고 전화 통화를 주고 받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두 사람간의 개인적인 협의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진 전부장이 부하 검사에게 조폐공사파업에 대해 강경대응하게 하는 등 검찰조직이 이를 뒷받침하도록 했을 경우 그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성철·선대인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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