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파업/어느 노조원의 고뇌]『어서 끝났으면』

  • 입력 1999년 4월 20일 20시 00분


파업 이틀째인 20일 오후 지하철 노조원들의 집회가 한창인 서울대 노천극장. 서울지하철공사 노조원 K씨(38)는 담배연기를 연신 내뿜으며 지난 며칠간 잠못 이루며 고민하던 속내를 털어놓았다.

“복귀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밤에 잠도 안오고 가슴이 답답해 미칠 지경입니다.”

K씨가 일손을 놓은 지 44시간 남짓. 파업 첫날 서울역과 명동성당의 집회에 참석한 뒤 잠깐 집에 들렀던 그는 20일 다시 집회장소인 서울대로 향했다. 예년의 파업 때처럼 이동과 연락은 5,6명씩 짜여진 ‘소조단위’로 이뤄지고 있다.

신문에서 ‘시민의 분노’를 읽은 K씨는 부정적인 여론 때문에도 걱정이 더 크다.

“괜스레 ‘죄인’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무조건 짜르려는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노조 집행부의 주장에 의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K씨가 가장 신경을 쓰는 대목은 21일까지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모두 처벌한다는 당국의 발표. 늘 있어온 ‘엄포’로 볼 수도 있지만 이번엔 ‘허튼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는 게 K씨의 솔직한 고백이다.

‘짤리면 어디가서 일자리를 구해 가족을 먹여살릴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걱정이 태산같지만 그렇다고 다른 동료들을 놔두고 혼자 복귀할 수도 없다는 게 K씨의 고민이다.

그는 “사실 다른 동료들도 복귀문제를 꺼내고 싶어하는 눈치지만 누구도 섣불리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험을 통해 ‘이탈자의 후유증’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친하던 동료라도 ‘변절자’에게는 아예 아는 체를 하지 않고 ‘왕따’를 시키는데 누가 이같은 ‘집단 이지메’를 견뎌낼 수 있겠습니까.”

K씨의 또다른 고민은 노동조합의 현실적인 ‘힘’.

파업을 겪은 경험으로 보면 노동조합은 끝까지 싸운 조합원의 권익은 확실하게 지켜주지만 회사(지하철공사)측은 복귀 노조원을 보호해 주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는 것.

K씨는 결론은 간단하다.

“어떻게든 매듭이 지어져 하루 빨리 다시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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