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자 이원태씨『금강산신드롬이 북한이미지 왜곡』

  • 입력 1999년 3월 9일 19시 38분


“지금의 금강산관광 신드롬은 북한의 이미지를 탈정치화시키는 일종의 착시(錯視)현상이다. 또한 북한을 여성화시키는 남성중심주의의 한 표출이기도 하다.”

‘금강산 신드롬’을 어떻게 볼 것인가. 어떤 정치적 의미가 숨어 있는가. 금강산 신드롬을 본격적으로 분석한 논문이 나왔다. 한국정치연구회 이원태 연구원의 ‘금강산 신드롬의 정치적 풍경’(계간 ‘당대비평’99년 봄호).

이연구원은 금강산이 우리에게 심미적 공간이라는 전제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가치와 당위의 영역에서는 남북이 ‘동반자인 동시에 적’이지만 금강산이라는 심미적 공간의 영역에서 남북은 동질적이다. 심미적 동질성의 논리는 북한의 이미지를 탈정치화시킨다. 이게 바로 착시현상이라는 것.그는 이러한 착시가 두 가지 측면에서 북한의 이미지를 왜곡한다고 말한다.

첫째, 북한을 속류적으로 여성화시킨다는 점. 이연구원은 ‘남남북녀’라는 말이 남한의 남성적 우월성과 북한의 여성적 유약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왜곡됐듯이 금강산관광은 남한의 남성적 자본과 북한의 여성적 자연의 만남이라고 주장. 현대그룹의 금강산 여성안내원 광고출연 제의가 그 절정이라고 비판한다.

둘째, 금강산을 북한 전체와 동일시하는 태도. 금강산의 심미적 동질성에 빠지다보면 정작 중요한 현실의 이질성 문제를 소홀히 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금강산이라는 문화적 동질성을 강조하더라도 거기엔 북한을 지배하고픈 남한의 욕망이 강하게 담겨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연구원의 견해에 대한 비판도 있다. 서로 다른 체제가 만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과도기적 현상을 지나치게 일반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강정인 서강대교수(정치학)는 “흡수통일이든 연방제통일이든 통일 이후 북한이 남한의 경제적 문화적 식민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귀기울여 볼만한 지적”이라고 말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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