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 경제 진단]실업률 10%육박…불황탈출 언제?

  • 입력 1999년 1월 31일 20시 25분


인천항은 인천의 경기를 반영한다. 인천항 물동량이 많으면 활황이고 그렇지 않으면 불황이란 얘기다. 그 인천항이 요즘 한산하다. 선석(船席·배를 대는 자리)에 배가 꽉차는 법이 없다. 인천항 내항의 46개 선석 가운데 10개 정도는 항상 비어 있다.

이같은 인천의 불황은 각종 경기지표에도 그대로 나타나 있다. 지난해 12월말 현재 인천지역의 실업률은 9.7%(실업자 10만9천명)로 전국평균(7.9%)보다 크게 높은편. IMF한파가 시작된 97년말 3.4%(실업자 3만9천명)에 비해 실업률은 3배 가까이 높아졌고 실업자는 7만명이나 늘었다.

인천지역의 지난해 12월 어음부도율도 0.46%로 전국 평균(0.12%)보다 훨씬 높았다. 인천에선 지난해 한해동안 모두 9백58개 업체가 문을 닫았다.

경기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해 12월말 현재 실업률 9.3%, 어음부도율은 0.26%로 전국 평균치를 웃돌았다.

▼중심기업 잇단 도산 ▼

◇ 인천

인천 남동구 논현동 남동공단에는 요즘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주가 기업 경영을 포기하고 영세 소기업에 공장을 쪼개 분양한 ‘임대공장’이 늘어나고 있는 것.

공단옆을 흐르는 승기천변의 B금속. 부지 2천평, 건평 8백평의 제법 큰 공장이다. 그러나 간판을 보고 공장안으로 들어가 B금속을 찾다가는 당황하기 십상이다. 공장안으로 들어가면 정작 B금속은 없고 서로 다른 9개 회사의 공장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인천상공회의소 우정호 조사홍보과장은 “공단의 중심기업이 차례로 문을 닫고 대신 영세 소기업이 들어오고 있는 것은 국가 산업단지로서의 기능이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대로 가다간 공단이란 간판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지난해 12월말 현재 남동공단내 공장가동률은 71%. 실제로는 문을 닫았으면서도 산업단지 관리공단에 신고를 안한 업체를 감안하면 실제 가동률은 50%를 밑돈다는게 공단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은행 인천지점이 지난해 11월 인천지역 6개 공단에 입주한 3천5백54개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5%가 다른 곳으로 떠날 마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임대료와 물류비용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나가는데도 정부의 지원은 부족하다는 점을 들었다. 산업단지 지원기관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80%가 ‘보통이하’라고 응답했다.

▼물동량 12%나 감소 ▼

인천항도 썰렁하기만 하다. 97년말 까지만 해도 인천항에 입항한 컨테이너선박이 화물을 내리기 위해서는 심하면 보름정도 외항에서 대기해야 했으나 그같은 ‘호황’은 옛 얘기가 돼버렸다.

지난해 인천항 외항의 수출입 물동량은 5천만t으로 97년(6천1백만t)에 비해 12% 감소했다.

인천항 하역근로자인 김건엽씨(53)는 “요즘은 일감이 없어 주간작업도 거르는 날이 많다”며 “예전처첨 사나흘간 계속 야간작업을 해야 하는 날이 다시 돌아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경기

한일합섬 대한방직 등 대기업이 96년 공장문을 닫고 떠난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매산동 일대에는 요즘 속속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공장문 닫고 아파트 ▼

수원의 경우 공장이 들어설 수 있는 부지는 전체 면적의 2.4%에 불과하다. 그나마 공장부지를 잇따라 택지로 개발하는 바람에 생산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수도권정비법 등 각종 규제도 산업시설 증설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수원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쓸만한 공장 부지는 값이 너무 비싸고 그렇지 않은 곳은 군사보호구역 상수원보호구역 등으로 묶여 각종 규제가 심하기 때문에 기업주들이 신규투자를 꺼리고 있다”며 “결국 경기도는 갈수록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경기도내 2만3백여개 중소기업(비제조업체 포함)가운데 지난해 한해동안 1천6백여개 업체가 문을 닫았다.

경기도 경제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기계 자동차산업의 가동률은 지난해 12월말 현재 64%. 전체 중소기업의 가동률도 76.2%에 불과하다.

시화 반월 평택 화성공단 입주업체들은 평택항의 개항(97년 12월)이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평택항의 각종 기반시설이 부족해 여전히 물류비용에 허덕이고 있다.

건설경기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도내 건설공사 발주액은 97년의 60%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까르푸 월마트 등 외국유통업체가 분당 일산 평촌 등 수도권 신도시지역에 10개의 대형매장을 개설하면서 기존의 재래시장과 중소유통업체도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 수원영동 안양중앙 성남모란 등 대형 재래시장의 매출이 급감했고 이것이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개발연구원 김군수(金君壽)박사는 “대규모 기계 자동차산업이 다른 지역 기업에 흡수 합병되거나 빅딜의 대상이 되는 바람에 당분간 어려운 사정이 계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인천·수원〓박정규·박종희기자〉roches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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