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비 안내고 도주 환자들 IMF이후 크게 늘어

  • 입력 1999년 1월 17일 20시 17분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던 한 환자가 지난해 12월28일 갑자기 사라졌다. 지난해 9월부터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입원치료중이던 정모씨(40·충북 음성). 그는 이날 슬그머니 병실을 떠나 연락이 두절됐던 것.

그러나 정씨는 실종된 게 아니었다. 입원치료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잠적해버린 것이었다. 올해초에야 간신히 연락이 된 정씨는 “사업체가 부도나고 집마저 경매에 넘어가 1천6백여만원의 진료비를 마련할 길이 없었다”며 “병원비를 마련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병원측에 하소연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정씨처럼 병원비를 마련하지 못해 잠적 도주하거나 재산가압류조차 불가능한 처지에 놓여 ‘지불유예’를 받은 입원환자의 수는 지난해에만 84명. 97년 32명에 비해 160%나 증가했다.

IMF 경제난으로 병원들이 말없이 사라지는 환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희의료원의 경우 97년 7건이었던 진료비를 떼인 건수가 98년에는 27건으로 4배나 늘었다. 액수도 1천3백여만원에서 한해 사이 3천80여만원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일부 병원은 아예 ‘떼인’건수와 피해액을 밝히는 것조차 거부할 정도로 ‘실종환자’들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려있는 실정.

이 때문에 종합병원에서는 환자들이 외출 외박을 신청할 때 그동안의 입원료를 정산해야만 내보내주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권재현·박윤철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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