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임비리 실태]검찰-법원-경찰 「충복」수두룩

  • 입력 1999년 1월 10일 20시 23분


조사받는 이변호사
조사받는 이변호사
“이종기(李宗基)변호사가 검찰 법원 경찰에 ‘충복(忠僕)’을 포진해 놓고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에요.”

이변호사 수임비리사건이 터지자 대전지역의 한 변호사는 “언젠가 일어날 일이 이제 터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9일 대전지검에 따르면 현재 분석중인 이변호사 작성의 ‘수임장부’에는 사건을 알선한 것으로 나타난 법조계 일반직원 및 경찰관 중 검찰이 84명으로 가장 많고 경찰 18명, 법원 17명, 교도관 7명 순이다.

이변호사는 검찰이 확보한 문건이 자신이 작성한 것보다 훨씬 적은 분량이라고 밝히고 있어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수임장부’에는 이변호사에게 사건을 소개하고 꼬박꼬박 돈을 챙긴 검찰 법원직원 및 경찰들의 면면과 알선료 수수 실태가 잘 나타나 있다.

검찰 직원인 B씨의 경우 92년부터 96년까지 모두 13건을 알선하고 건당 많게는 3백만원까지 챙겼다.

그는 96년 6월에만 무려 5건을 알선했으며 피의자 죄명도 윤락행위에서 장물취득 사기까지 다양했다.

형사통으로 알려진 현직 경찰관 O씨도 식품위생법 위반 사건 등을 이변호사에게 소개해 주고 소개료를 받았다.

이 문건의 소개인 난에는 그냥 ‘형사’라고만 쓰인 부분도 적지않게 발견됐고 교통 방범분야에서 일하는 경찰관도 상세히 기록돼 있다.

이변호사는 검찰에서 자신은 떡값을 뿌린 적은 없다고 부인했지만 문건중에는 명절때마다 법원 검찰 운전사, 여직원에게까지 ‘떡값’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한 내용이 조목조목 적혀있다.

일부 검찰 및 경찰의 알선 사건 중에는 자신들이나 동료들이 직접 수사하거나 단속한 것들도 적지 않게 포함돼 있다.

이들은 이변호사측이 준 소개료가 장부에 나타나있어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부에서 이름과 사건명만 거론된 판검사들은 소개사실 자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왜 내 이름이 거명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돈을 받은 것은 물론 소개해 준 적도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장부상으로 30여건 이상 소개한 것으로 돼있는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전에 오래 근무한 탓에 피고인들이 나도 모르게 이변호사를 찾아가 내 이름을 대며 사건을 맡긴 것으로 추측된다”며 “현직 검사를 잘 안다고 하면 변호사가 친철하게 대해주고 수임료를 깎아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검사장은 “내 이름이 특이하긴 하지만 대전지법에 나와 이름이 같은 사람이 있다”며 동명이인이 있음을 강조했다.

검찰은 “일단 알선을 했다면 문제가 되고 사법처리 여부는 알선액 기재여부와 관계없이 사건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결정할 일”이라며 지위고하를 막론한 ‘성역없는 수사’를 강조하고 있다.

〈대전〓지명훈·서정보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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