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터미널에 33층 빌딩, 상습 정체 대란 우려

  • 입력 1999년 1월 4일 19시 10분


가뜩이나 교통체증을 불러일으키는 곳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한복판에 연면적 26만6천㎡나 되는 33층 초고층 복합빌딩이 들어서 최악의 주변 ‘교통 공황(恐慌)’이 우려되고 있다.

현재 33층 높이까지 골조가 올라간 문제의 서울종합터미널(호남선 신청사)에 대해 특히 서울시는 94년 건축허가 당시에는 교통체증 등을 이유로 16층건물로 제한했다. 그러나 뒤늦게 두차례에 걸쳐 각각 25층 33층으로 증축을 허가한 것으로 드러나 설계변경 허가과정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업주인 ㈜서울종합터미널이 서울시와 서초구청으로부터 처음 신축허가를 받은 때는 94년 8월. 건물규모는 지하4층 지상16층 연면적 17만㎡의 복합건물이었다.

㈜서울종합터미널측은 당초 종합터미널 건물을 지하3층 지상22층의 복합건물로 신청했으나 건설부 등 관계부처에서 교통유발효과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층수를 16층으로 낮추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95년과 98년 두차례에 걸쳐 층수를 높이기 위한 설계변경허가를 신청, 지하5층 지상33층으로 백화점 호텔 등이 들어서는 대규모 복합건물로 허가됐다. 연면적도 당초의 17만㎡에서 26만6천㎡로 최초허가 당시보다 55%가 늘어난 규모.

이에 대해 교통영향심의를 맡은 서울시는 “95년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완화되면서 이에 맞춰 사업주측에서 건축규모를 계속 확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설계변경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초구청이 97년 실시한 교통량 조사에서 반포로 신반포로 우면로 사평로 등 주변 4개 대로와 4개 교차로의 시간당 교통량은 각각 7천∼1만대 수준으로 교통상황등급으로 볼 때 서초구 내에서 최악인 F등급을 받았다.

따라서 여기에 또다시 33층짜리 초대형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경우 이 지역은 최악의 교통공황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는게 인근 주민과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서울종합터미널측은 “월드컵과 2000년의 아시아 유럽정상회의(ASEM) 등을 앞두고 호텔의 객실수요 증가가 예상돼 오히려 정부쪽의 권고로 적법한 절차 내에서 설계변경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교통대책과 관련해서도 “사업자부담으로 터미널 주변에 대중교통 환승센터를 설치하고 반포천을 복개해 사평로를 2개차로 더 증설하는 등 교통소통완화를 위한 충분한 대책을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남서울대 김황배(金黃培·지리정보학과)교수는 “일반적으로 터미널보다는 백화점 호텔 등의 교통유발 효과가 훨씬 더 크다”며 “90년대 초부터 터미널을 수도권외곽으로 옮기자는 논의가 있었을 정도로 교통체증이 심한 지역이기 때문에 완공시 심각한 교통체증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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