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 방만운영 실태]업무 추진비로 가족회식

  • 입력 1998년 12월 25일 20시 00분


자산규모 23조원, 종사인력 3만명이 넘는 포항제철의 경영을 감사원이 특감 해부한 결과는 한마디로 참혹할 정도다.

먼저 원 부자재 등을 구매 발주하면서 수의계약 일변도로 해 1조원이넘는예산을낭비했다. 94년부터 변칙회계 등으로 조성한 기밀비 70억여원 중 일부는 최고경영자가 채권구입 등 재태크에 사용했다.

비자금 조성 관행은 뿌리가 깊어 정명식(丁明植)―김만제(金滿堤)전회장―유상부(劉常夫)현회장에 이르기까지 계속돼왔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임원들이 사용한 업무추진비 22억원도 사용처를 모르게 변칙 회계처리됐다. 97년이후 업무추진비 5억원을 직원과 가족회식비로 썼으며 포스콘은 97년 감량경영 상황에서 친목회인 포철중우회에 2억원을 기부했다.

불필요한 대형자산을 인수했다가 손해를 본 경우도 많다. 포스코개발은 출장직원 숙소용으로 서울 삼성동의 희전(현 그린관광)호텔 등을 감정가보다 4억원 비싼 1백32억원에 샀다 되팔아 34억원의 손실을 보았다.

‘윗물’이 탁하다보니 직원 비리도 많았다. 전현임직원 19명이 하도급업체에서 3억3천여만원을 받았다가 적발됐으며 허위장부를 작성해 물품대금을 횡령한 액수도 밝혀진 것만 1억4천여만원이었다.

인력관리도 엉망이어서 포스틸은 퇴직임원 25명을 고문 자문역에 위촉해 보수 차량 비서제공으로 24억원의 예산을 썼다. 포스코경영연구소는 사장위에 불필요한 회장을 두었으며 포천산기㈜ 사장은 2명이나 뒀다.

포철은 5개의 연구조직을 중첩 구성해 비연구직(6백19명)이 연구직(5백93명)보다 많아 연구개발비와 무관한 간접비로만 연간 3백29억원을 지출하고 있다.

〈최영훈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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