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풍공판]변호인단 치밀한 역공…현정부 인연 부각

  • 입력 1998년 12월 20일 19시 59분


‘총격요청 3인방을 방어하기 위한 변호인단의 3대 역공(逆攻).’

19일 오전10시부터 오후7시까지 진행된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 2차공판에서 검찰은 무려 20차례나 변호인단의 변론에 이의를 제기했다.

검찰은 “공소사실과 관계없다.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이다”며 반박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변론권 침해다. 검찰은 우리보다 더했다”며 물러서지 않았고 재판장도 검찰의 이의를 거의 100% 무시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검사들의 표정이 자꾸만 일그러졌다.

그만큼 변호인단의 역공은 치밀했다.

이날 최고 화력(火力)을 자랑한 전술은 ‘3인방과 현 정부와의 인연 부각’. 변호인단은 대북사업가 장석중(張錫重)씨가 ‘국민의 정부’에서도 대북밀사로 활동했음을 부각시켰다.

장씨는 “임동원(林東源)외교안보수석으로부터 전해들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북한측에 전달했으며 7월에는 강인덕(康仁德)통일부장관을 만나 남북경제협력 등에 관한 부탁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변호인단은 또 한성기(韓成基)씨로부터 “새정부의 인수위원회 시절 김중권(金重權)청와대비서실장측에 20여건의 전략보고서를 올렸고 일부는 채택됐다”는 진술도 이끌어냈다.

이같은 전술은 “장씨나 한씨가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 총격요청이라는 국기(國基)문란 사건을 저질렀다면 새정부 들어서도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었겠느냐”는 반증(反證)을 노린 것.

두번째 전술은 이미 예상됐던 ‘고문의혹 제기’. 변호인단은 이목을 끌기 위해 생수 페트병을 소품으로 준비해 “안기부 수사관이 이런 병으로 때렸습니까”라고 장석중씨에게 묻기도 했다. “그 병보다는 조금작고 육각형모양이었다”는 구체적인 대답이 나오도록 유도하는것. 변호인단은 ‘가혹행위도구’ 중 하나였다고 주장한 검정 고무신까지 준비했다.

세번째는 검찰 조사에 비교적 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진 한성기씨를 ‘왕따’로 만드는 전술이다. 장씨는 “북한측 인사들이 ‘왜 저런 사람(한씨를 지칭)을 데리고 왔느냐’며 핀잔조로 얘기할 정도였다”고 진술했다. 한씨를 ‘공상가’나 ‘불능범’으로 몰아가 총격요청 사건 자체를 ‘해프닝’으로 보이도록 하려는 방책인 것이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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