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시민대표와 「원탁간담회」

  • 입력 1998년 11월 22일 08시 28분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21일 오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및 공동기자회견 뒤 경복궁안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겨 시민대표 6명과 ‘원탁간담회’를 가졌다.

초청인사는 장하성(張夏成·경제학)고려대교수 박인상(朴仁相)한국노총위원장 박용오(朴容旿)두산그룹회장 손봉숙(孫鳳淑)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 유승민(劉承民)한국개발연구원(KDI)수석연구원 박병엽(朴炳燁)팬택사장.

초청자들의 이력이 보여주듯 원탁대화의 주제는 역시 경제였다.

오후 3시40분부터 한시간여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클린턴대통령은 세계 금융체제의 조정, 국내 재벌의 개혁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한국측 초청인사들은 미국측에 국내기업에 대한 투자 등을 요구하고 재벌 구조조정에 균형감각을 가져줄 것도 주문했다. 사회는 보스워스 주한 미대사. 여러차례 웃음이 오가는 등 부드러운 분위기였다. 다음은 대화요지.

▼클린턴대통령〓아시아각국마다 특수사정이 있다. 그러나 공통적 성격의 문제도 있다. 분명한 것은 세계적으로 장기적 필요성에 의해 세계 금융체제가 조정되고 21세기를 맞는 것이다. 이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고 국경을 초월해 영향을 미칠 때 대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나는 현재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 그것의 원인은 무엇이고 한국과 미국이 해야할 일은 무엇인지를 여러분들로부터 듣고 싶다.

▼장하성교수〓한국은 작은 나라다. 많은 개혁 노력을 했고 다른 동아시아 국가에 비해 많은 진전이 있었으나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국제금융시장 안정과 관련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기구의 안정화 조치 없이 우리같이 작은 나라가 안정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박인상위원장〓한국의 철강업계에는 10만명의 근로자가 있다. 내수 경기부족 때문에 수출이 늘고 있는데 미국에서 논란이 있다. 한국도 발전하고, 미국도 발전하는 방향으로 대통령께서 조치해주길 바란다.

▼클린턴대통령〓우리는 모든 시장을 최대한 공개시키려고 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의 무역적자가 너무 커지고 한 두 분야에 그런 현상이 일어나면 해당분야의 업계는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손봉숙소장〓IMF시대 직장에서 해고 1순위가 여성이다. 실직으로 전통적인 한국의 가족관계가 해체되는 불행한 사태도 생기고 있다.

▼박용오회장〓우리는 과거 30년간 성장만 해와 IMF라는 첫 난관에 봉착하자 모두들 어떻게 할지 모르고 있다. 구조조정은 매우 시간이 걸린다.

▼박병엽사장〓IMF체제가 시작된 가장 중요한 동기는 우리 국가의 금융 인적자원이 거대기업에 집중된데 있다. 여러 구조조정안들 중 가장 중요한 금융부문이 제대로 진척되고 있어 다행이다. 앞으로 미국과 세계로부터 보다 많은 기업에 투자가 있을 수 있도록 도움을 달라.

▼유승민수석연구원〓지난 30∼40년간 재벌이 성장의 모델이었는데 지금 이를 부정하는 시각이 강하다. 미국 정부와 국제기구가 재벌에 대해 균형을 갖고 잘잘못을 가려야지, 무조건 빨리 해야한다는 것은 곤란하다.

▼클린턴대통령〓내 경험과 세계 경제 역사를 볼 때 어떤 경제모델도 언제든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내 생각에 한국은 스스로의 성공사례를 부활시키면 된다. 5대재벌의 구조조정은 인내를 가져야 하지만 대재벌이 변화와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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