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비요일」의 핸들,『차분차분… 조심조심…』

  • 입력 1998년 9월 21일 19시 13분


비가 올 때는 맑은 날에 비해 얼마나 교통사고가 더 많이 날까.

일본 후쿠오카현 지방경찰청은 지난 94년 일반도로 5곳과 고속도로 3곳을 선정, 1년간 비가 올 때와 비가 오지 않을 때의 교통사고를 비교했다.

그 결과 비가 올때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10% 가량 사고가 많이 났고 특히 커브길에서는 비오는 날의 사고율이 맑은 날의 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96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24만6천4백52건의 교통사고 가운데 빗길 사고는 1만9천3백27건으로 전체의 7.8%였다. 지난해 빗길 교통사고 사망자는 1천1백71명.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1만1천6백3명)의 10.1%로 사고율에 비해 사망률이 훨씬 높았다.빗길 교통사고는 그만큼 치명적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비가 오는 날 사고가 커지는 것은 △시계(視界)가 좁고 △제동거리가 늘어나며 △커브길에서는 원심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운전자는 임기응변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비가 올 때는 자동차의 성능도 평소보다 떨어져 위험이 가중된다.

기상청의 관측에 따르면 호우가 계속되던 지난달 8일 서울의 낮시간대 시정거리는 1.5㎞로 날씨가 맑을 때(28∼30㎞)의 20분의 1에 불과했다.

일본 경찰청의 조사결과 비가 오거나 비로 노면이 젖어 있는 상태에서는 비가 오지 않을 때보다 제동거리가 최고 2.5배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예컨대 시속 1백㎞로 달릴 경우 맑은 날에는 20m 정도면 멈출 수 있지만 비가 오면 50m를 미끌어지고 나서야 멈추게 된다는 계산이다.

교통개발연구원 권영인(權寧仁)박사는 “빗길에서는 제동거리가 길어지는 것은 물론 차가 회전하면서 다른 차선을 침범하거나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는 차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며 “빗길에서는 무엇보다 속도를 낮추고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제동거리를 줄이고 차가 회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ABS 장치를 장착하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ABS장착률은 93년 3.3%에서 94년 13.5%, 95년 18.6%, 96년에는 19.5%로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내 자동차의 ABS장착률 56.5%에는 훨씬 못미친다.

권박사는 “빗길에서는 일차적으로 운전자가 조심을 해야 하지만 도로에 물이 고이는 곳이 없도록 도로를 철저히 관리하고 우중(雨中)에도 교통표지판이 잘 보이도록 하는 등 당국의 시설개선 노력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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