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8월한달 51건 총발사…주택가 병원등 장소안가려

  • 입력 1998년 9월 14일 19시 27분


경찰의 총기사용은 어느 선까지가 ‘정당’한 것인가.

최근 경찰관의 총기에 의한 살상이 잇따르자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탈옥범 신창원을 놓친 경찰이 7월 장비관리규칙을 고쳐 총기 사용에 대한 ‘고삐’를 풀어놓은 결과다.

14일 새벽 충남 당진에서는 공장에서 구리선을 훔치려던 신모씨(24)가 경찰이 쏜 총에 왼쪽 가슴을 맞아 숨졌다. 13일에는 차량절도 혐의자 윤모씨(25)가 서울대병원에서 도주중 자해소동을 벌이다가 왼쪽 허벅지에 실탄을 맞고 5m아래로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 지난달 31일에도 경찰 4명이 주택가 한복판에서 10대 강도에게 실탄 12발과 공포탄 4발을 발사해 논란이 일었다.

현행 장비관리규칙은 경찰관이 실탄을 분리휴대하도록 한 예전 규정을 없앴다. 또 ‘처음 2발을 공포탄으로 끼워야 한다’는 규정 대신에 한 발만 공포탄을 끼우도록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곧바로 실탄을 장전할 수도 있다.

경찰청이 분석한 1∼8월까지 총기 사용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2백건)보다 23.5%늘어난 2백47건. 특히 7월 장비관련규칙을 개정한 이후 8월 한달새 51건 발사에 7명이 중상을 입었고 9월에는 벌써 한 명이 숨지고 한 명이 크게 다쳤다.

시민들은 “경찰이 강도나 절도에 대해 엄해야 한다지만 어떻게 사람이 많은 병원이나 주택가에서 총을 난사할 수가 있느냐”고 항의한다.

경찰측도 나름대로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찰청 박봉태(朴奉泰)방범국장은 “갈수록 흉포화해가는 범죄에 총기아니면 대처할 방법이 없다”며 “만약 경찰관이 총을 쏠까 머뭇거리다가 눈앞에서 신창원을 놓쳤다면 시민들이 뭐라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총기 사용에 대한 규제 보다는 총기를 안전하고 정당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경찰관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찰이 총기를 사용할 때 무엇보다 ‘경찰 비례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대가 어떤 무기를 들었는지, 어떤 종류의 범죄자인지, 어떤 상태인지 여부에 따라 대응 수위가 다르게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려대 법학과 김일수(金日秀)교수는 “경찰관은 비례의 원칙에 따라 최후, 최소의 범위내에서만 총기를 사용해야 한다”며 “특히 총기 소유가 자유롭지 않은 우리 나라에서 발포는 엄격한 기준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훈·성동기·박윤철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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