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격등제 『이익일까? 손해일까?』

  • 입력 1998년 2월 20일 19시 42분


가로등을 하나 걸러 켜면 이익일까, 손해일까. 서울시와 교통전문가들 사이에 지난해 12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가로등 격등제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격등제 실시로 많은 양의 전력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 이에 대해 교통전문가들은 밤시간대 교통사고와 범죄의 추가발생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더 크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가로등 격등제로 절약할 수 있는 전력량은 하루 10시간이면 연간 3천3백85만Kwh. 이는 일반가정용 40W 형광등 8천4백63만등을 하루 10시간 꺼놓을 때와 같은 양이다. 전기료로 치면 연간 16억2천만원을 아낄 수 있는 셈. 이는 또 자동차전용도로의 가로등 1만2천1백14등 가운데 5천6백59등(46.7%), 일반가로등 9만3천5백10등 중 1만5천9백63등(17.1%)을 소등할 때 절약되는 전력량이다. 교통과학연구원 교통안전공단 등 교통전문기관들의 관점은 이와 다르다. 거리가 어두워지면 야간운전에 지장을 주게 돼 교통사고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재산피해로 오히려 더 큰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 96년의 경우 낮시간 교통사고(16만8백32건)가 밤시간(10만4천2백20건)보다 많았지만 사망자는 밤시간(6천4백46명)이 낮시간(6천2백7명)보다 많았다. 또 같은 해의 밤시간 교통사고로 인한 자동차와 도로파손 등 물적피해액은 1백89억2천7백만원. 그러나 피해자 노동력상실과 보험사 부담 등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규모는 더 늘어나게 된다. 이 때문에 가로등 격등제로 교통사고가 10% 이상 증가한다고 추정할 때 전기료 절감분보다 훨씬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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