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소비 찬반 논쟁]『내 돈 쓰는데…』

  • 입력 1998년 2월 9일 20시 15분


거리에 모피옷 입은 여자, 스키 캐리어를 달고 다니는 차가 드물다. ‘과시용소비’를 주도하던 부유층이 ‘눈총’때문에 주위를 살피는 분위기. 일부 부유층 인사들은 그러나 각종 PC통신 등에 “최근 마녀 사냥식으로 부유층을 매도하는 분위기가 팽배한데 부유층이 자신들의 정상적인 소비마저 줄인다면 결국 중산층이나 서민층에 피해가 돌아간다”고 ‘당당하게’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동전의 양면이나 다름없는 ‘부유층의 소비’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서울대 정운찬(鄭雲燦)교수는 “부유층의 과소비는 문제지만 건전소비는 장려돼야 하며 이들의 소비를 죄악시하는 사회분위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부유층의 소비는 곧 내수진작으로 이어져 모두에게 혜택을 준다는 입장. 서울대 송병락(宋丙洛)교수도 같은 입장. 송교수는 “수요감소는 실업자 및 유휴시설의 증가를 낳고 경제발전도 위축시키기 때문에 잘 사는 사람은 잘사는 만큼 소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론도 거세다. 연세대 한성신(韓成信)교수는 “현재는 내수시장 보다는 외환획득을 위해 수출시장 개척에 주력할 시기이기 때문에 어떠한 형태의 소비도 자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교수는 “80년대이후 현대경제학에서는 소비가 아니라 저축을 어떻게 하면 늘릴 수 있는지가 과제”라고 강조했다. 고려대 전병헌(田炳憲)교수도 비슷한 논리. 전교수는 “소비를 늘리면 기업의 장사가 잘돼 경제가 활성화되는 측면이 있고 소비를 줄이면 저축이 늘어 기업의 자금사정이 좋아진다”면서 “현재는 소비를 줄이는 방법을 택해야 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권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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