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제 사원시대⑥]조성대/팀워크도 강화 가능

  • 입력 1998년 2월 3일 20시 28분


영화 ‘쥬라기공원’의 컴퓨터 그래픽 합성장면의 기술 지원 등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우리 회사도 연봉제 회사다. 연봉제에 대해 이런 저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연봉제는 성과 위주의 업무개념을 정착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에서 연봉제의 부정적 측면으로 ‘개인플레이’를 우려하지만 기업에서 조직의 뒷받침없이 맡은 업무를 완수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봉제가 팀워크를 해친다고 볼 수는 없다. 연봉제는 조직의 조화와 협동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자극할 수 있는 모티브가 되기 때문에 연봉제는 역설적으로 팀워크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연봉제의 합리적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에 일반화하지 못하는 이유는 한국인의 특유한 정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연공서열을 불문하고 오로지 성과에 따라 차등평가 당하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같은 ‘인식의 차이’를 종종 경험했다. 최종면접을 마친뒤 근무를 시작한 사원들 중에서도 나이 학력 경력 등 외적인 조건에서 자신이 상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믿는 동료들에 비해 낮은 보상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중도에 하차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는 연봉제가 지닌 기회의 요소를 간과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비록 입사시, 그리고 현재 다소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할지라도 자신의 성과에 따라 단기간에 목표치를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봉제의 확산을 가로 막는 또다른 장벽은 ‘사람을 상품 취급하는 듯한’ 개념에 대한 반발심리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 문제는 ‘무엇때문에 기업을 경영하는가’라는 본원적 질문을 던져보면 쉽게 풀릴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시장경쟁하에서 어떻게 보면 사람도 상품이다. 결국 연봉제 계약은 사람이 스스로를 아주 잘 팔리는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연봉제의 운용 미숙도 연봉제 확산의 걸림돌이다. 우리 회사는 외국계 회사이지만 전원 내국인에 의해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러한 시행착오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들의 연봉제에 대한 이해부족도 연봉제 확산의 또다른 장애물이었다.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갖는 인터뷰에서 벌이는 연봉협상이 중요하다는데 착안, 이왕이면 처음에 높은 숫자를 제시해야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대표적 사례. 하지만 이것은 대부분의 회사가 채용시 임금을 책정할 때는 인사담당자가 타 경쟁업체들과의 비교데이터에 기초한 자료를 확보한 상태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모르는데서 기인한다. 이런 저런 우여곡절을 거쳐 이젠 초기와 달리 입사하는 직원이나 현재 근무중인 직원들 모두에게도 당연시되는 연봉제 협상을 매년 지켜보면서 연봉제가 어느덧 자리잡혀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 과정에서 연봉제의 성패는 뭐니뭐니해도 개인 성과에 대한 보상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합리적인 고과평가제에 달려 있다고 본다. 어떤 측면에서 연봉제는 불확실성에 대한 예측으로 출발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는 비단 우리나라 환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외국의 경우도 동일하다. 결국 연봉제의 핵심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운용의 문제라는 생각이다. 조성대<한국실리콘 그래픽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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